"면접 때는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적응기간을 거쳐 1학년으로 입학하게 된다고 했어요. 그런데 연주를 들은 뒤 '적응기간 없이 3학년으로 입학하라'고 하더군요." 어머니 조윤희 (趙允熙,·35) 씨는 음악원 측에서 "이런 입학허가는 아주 파격적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처음에 높은 의자를 주시기에, 페달을 밟을 수 없으니 보통 의자를 쓰겠다고 말씀드리자 교수님들이 의아해 하시더군요. 키 작은 아이가 페달을 밟을 수 있느냐고 하셨대요. 바흐 인벤션을 치고 나니 큰 박수가 터졌어요." 윤 양은 러시아에서 머리색도 말도 다른 새 친구들을 사귀게 된다니 기쁘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여섯 살 때 동네 학원에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윤 양은 며칠 만에 모든 노래를 계명으로 불렀고 곧 크고 작은 콩쿠르들을 휩쓸기 시작했다. 한 콩쿠르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해 윤 양의 자질을 발견한 뒤 그를 3년 째 가르치고 있는 피아니스트 김재희 씨(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는 "아인이가 어리지만 매우 진지하고 개성 있는 연주자"라며 "체력만 보강되면 큰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고 말했다.
윤 양과 어머니 조 씨는 2월 25일 모스크바로 떠날 예정. 조 씨는 "서민 가정에서도 어엿한 예술가를 키워냈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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