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대회 도전하는 75년 시계수리 외길 93세 이원삼 옹

  • 입력 2003년 4월 15일 19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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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인들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16일부터 전국 16개 시도에서 일제히 열리는 ‘기능 경기대회’ 시계수리 부문에 경력 75년의 90대 할아버지가 도전장을 냈다.

서울 남대문시장 시계골목에서 ‘남일사’라는 작은시계수리점을 운영하는 이원삼(李遠三·93·사진)옹이 그 주인공. 그는 후배들의 권유로 충남지방 대회에 신청해 손자뻘 되는 젊은이들과 경쟁하게 된다.

“처음엔 이 나이에 무슨 대회냐고 호통을 쳤는데 후배들이 ‘할아버지가 나가야 젊은이들이 자부심을 갖고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다’고 자꾸 귀찮게 하는 바람에….”

이렇게 출전의 계기를 밝혔지만 그래도 못내 쑥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는 이미 시계수리의 세계에서 ‘전설’로 불리는 인물이기 때문. 그의 가게를 찾는 손님의 대부분은 도저히 고칠 수 없는 ‘중증 시계’를 들고 오는 후배 수리공들이다.

몇 년 전에는 미국인 골동품 수집가가 “미국에서 수리했는데 영 마음에 안 든다”며 230년 된 시계 2점을 들고 오기도 했다. 2, 3일 뒤 미국인은 “원더풀”을 연발하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함경남도 단천에서 태어난 이옹이 시계수리를 시작한 것은 18세 때인 1928년. 가난 때문에 육체노동을 하던 그는 그나마 이 일이 편해보였다. 격변기에 청진, 중국 만주, 서울, 부산 등으로 옮겨 다녔지만 결코 시계수리 일은 놓지 않았다. 1958년 다시 서울로 와서 현재 자리인 ‘자유시장’에 정착했다.

외아들 내외와 함께 경기 성남시에 사는 이옹은 한때 늑막염으로 팔을 절단할 위기를 맞기도 했고 백내장 수술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도 매일 가게까지 왕복 3시간을 지하철로 출퇴근할 정도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건강비결을 묻자 이옹은 “한 가지 일에 최선을 다 하면 일도 완벽하게 할 수 있고 건강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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