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영화 「물위의 하룻밤」 주연 이승희

  • 입력 1998년 6월 11일 07시 10분


‘이승희가 벗었다더라’는 것만으로도 화제에 올랐던 영화 ‘물위의 하룻밤’에 주부들이 몰려 또한번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달 말 첫선을 보인 이래 개봉 열흘도 안돼 서울서만 든 관객이 6만여명. ‘아저씨’들 사이에 인기를 끌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평일 대낮에 ‘아줌마’부대가 몰려 극장가를 놀라게 하고 있다.

‘주부들이 움직이면 그 영화는 뜬다’는 것이 영화가 정설이기 때문. 이승희의 벗은 몸에 시기 질투를 해야 마땅할 것 같은 주부들이 왜 몰려드는 걸까.

“TV나 인터뷰에서 내가 얘기하는 걸 보고 이승희 솔직하다, 정말 자신감있고 당당하다는 느낌을 준다는 평을 들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 주부들은 그렇지 못하잖아요. 섹스에 있어서도 그렇구요…”

담배 한대를 꺼내 문 이승희는 자신의 솔직하고 당당한 면을 주부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자이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다 못해온 여느 주부와는 달리 ‘여성 그 자체’를 최대한 활용해 유명해진 이승희에게서 대리만족을 느끼는게 아닐지.

그러나 이번 영화에 대해서는 썩 만족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너무 서둘러 찍는 바람에 주인공의 갈등이 충분히 부각되지 못했다며 영화의 완성도를 냉정하게 평가했다.

영화속 이승희가 연기하는 피비는 어린시절 양부에게 성폭행당한 상처를 지우지 못하고 거리의 여자가 되어 방황하다 끝내 죽음을 택한다. 어린시절의 고통까지는 이승희도 못지 않다. 두살 때 부모의 이혼, 여덟살 때 아버지를 찾아간 미국, 가난과 무관심 속의 사춘기.

“저도 충분히 비뚤어질 수 있는 환경이었어요(웃음). 그렇지만 열두살때 이미 다짐했어요. 나는 열여덟살이 돼서 독립하면 이렇게 저렇게 살거야, 내 인생 내가 책임지는 거지, 자살하면 지는 거야, 성공을 해서 이겨낼거야, 하구요…”

장학금으로 오하이오주립대 의대에 진학했다. 그리고 학비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 모델 시작. 1백63㎝의 작은 키로 단박에 배우가 되기엔 어려울 것 같아 발판으로 삼았던 모델 생활. 자신이 가장 흥미있게 여기는 대상이자 유일한 무기인 몸으로 이룬 성공. 그리고 배우. 스스로의 힘으로 운명을 만들어나간 이승희와 영화속 주인공은 딴판이다.

운명이 정해져 있다고 믿지 않는다는 그는 강렬한 욕망과 노력, 그리고 능력과 타이밍이 맞아야 한다고 자신의 성공학을 말했다. 특히 자신은 미국에서 ‘동양의 아름다움’과 ‘아시아적 가치’의 재발견, 저우룬파 존우 등 동양배우와 감독에 대한 관심이 일어나는 시기와 맞아떨어졌다며 “그런 의미에서 나는 운이 좋은 편”이라고 했다.

할리우드에서 연기 잘하는 배우로 인정받는 것 이외에 이승희가 진정 원하는 것은 아이낳기다. 결혼을 못하더라도 아이는 갖고 싶다며 “최소한 네명을 낳고 네명을 더 입양할 작정”이라고 말한다. 그는 “지금 우리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여기서 번 돈은 모두 두고 간다”며 6일 한국을 떠났다.

〈김순덕기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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