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소방관 이한일씨,홀로 된 양어머니 19년째 봉양

  • 입력 1998년 1월 5일 20시 48분


지난해 12월31일 오전9시. 24시간 철야근무를 마친 경기 구리소방서 진접파출소 소방장 이한일(李漢鎰·45)씨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여느 때처럼 의정부시 가릉동 2평짜리 허름한 사글세방으로 양어머니 이춘녀(李春女·76)할머니에게 달려갔다. 이씨는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부엌에서 더운 물로 목욕시킨 뒤 “통일이 되면 제가 빨간 소방차에 어머니를 태워 고향인 황해도 영순으로 모시겠으니 약 드시고 기운 차리세요”라며 할머니에게 약을 드렸다. 1.4후퇴 때 월남, 혼자 살며 갖은 고생을 하던 할머니와 이씨가 인연을 맺은 것은 79년 3월. 의정부소방서 소방관에 첫 임용된 이씨가 석유난로에 기름을 붓다 조그만 불을 낸 할머니의 집에 불을 꺼준 뒤 할머니의 외롭고 어려운 생활을 알게되면서 였다. 그 뒤 이씨는 할머니를 양어머니로 삼아 쉬는 날이면 찾아가 빨래도 해주고 보일러에 기름도 채워 넣어 주었다. 또 할머니가 살고 있는 현재의 집도 박봉을 쪼개 마련했으며 쥐꼬리만한 월급 90만원에서 할머니 몫으로 매달 25만원을 떼고 있다. 95년 6월 삼풍백화점 붕괴 때 119구조대원으로 맹활약, 내무부장관 표창을 받는 등 10번의 표창을 받은 모범소방관인 이씨는 “싫은 기색 한번 않고 오히려 할머니를 집으로 모시자며 이해해주는 아내와 두 아들 딸에게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의정부〓권이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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