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 못받고 외국인 받고…재난지원금 ‘건보료 기준’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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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4월 3일 19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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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A씨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아르바이트 자리가 없어지면서 생계가 막막해졌다. A씨는 이에 정부가 주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하려 했지만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대상자에서 탈락했다. 어려운 사정으로 지역보험료 납부가 부담스러워 부모의 피부양자로 편입돼 있어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겪는 우리 국민들의 생계지원을 목적으로 도입된 재난지원금이 제대로 국민들에게 지급되기 위해서는 이같은 미비점이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3일 정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자 선정기준 관련 브리핑을 열고 재난지원금 지급대상 선정기준을 발표했다.

지급기준은 신청 가구원에 부과된 2020년 3월 기준 건강보험료를 모두 합산해 소득 하위 70% 이하에 해당하는 경우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직장이나 지역건보에 가입이 돼 있어야 한다.

◇건보료 기준 왜?…국민 97% 가입

정부는 건보료를 기준으로 선정한 데 대해 전 국민의 97%가 가입돼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재난상황에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을 신속하게 지원하면서 생활수준을 합리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같이 결정됐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건강보험 가입자는 총 5107만1982명으로 의료보장 적용인구 5255만6653명의 97.2%에 해당한다.

직장가입자는 3698만9716명이며, 지역가입자는 1408만2266명이다. 하지만 이는 피부양자를 포함해 건강보험 혜택을 보는 모든 국민을 포함한 수치로, 실제 가입자는 직장보험은 1747만9465명이며 지역은 805만2557가구가 보험에 가입돼 있다. 직장보험 피부양자는 가입자보다 훨씬 많은 1951만251명이며, 지역보험은 740만4179명이 세대원으로 등록돼 있다.

또 건강보험에는 외국인과 재외국민 등도 가입돼 있다. 외국인 직장보험 가입자는 23만734명으로 이중 실제 가입자는 18만7716명이며 4만3018명이 피부양자로 편입돼 있다. 지역보험에 가입된 재외국민과 외국인은 각각 6955명, 7만710가구다.

◇따로 사는 대학생 자녀는 재난지원금 못받나?

건강보험이 97%의 가입률을 보이고 있지만 맹점도 있다. A씨처럼 부모와 독립생활을 하며 1인 가구를 형성하고 있지만 부모의 보험가입에 피부양자로 등록된 경우 재난지원금을 따로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30대 실직자인 B씨는 코로나19 사태 발생 전 직장을 잃어 실업급여를 받고 있지만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직장건강보험 가입자였던 B씨는 최근 다니던 직장을 잃으면서 직장보험가입자인 부모님의 피부양자로 편입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다른 주소에 살고 있는 가입자의 피부양자를 두 가지 사례로 구분하면서 보험가입자와 다른 지역에 따로 사는 배우자와 자녀는 한 가구로 본다고 발표했다. 반면 건보 가입자의 따로 사는 부모는 독립가구로 인정했다. 통상 결혼 후 부모를 모시지 않고 독립해서 생계를 꾸리기 때문에 부모 자식간은 기준을 달리 적용하지만 피부양자로 등록된 배우자와 자녀는 따로 살더라도 한 가구로 본다는 것이다.

B씨가 지역보험에 가입했다면 재난지원금을 따로 받을 수 있지만 실직자인 B씨는 지역보험료 부담에 부모의 피부양자로 등록하면서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부모와 따로 살지만 건보에 가입돼 있지 않고 피부양자로 돼 있는 대학생이나 실업자 등은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없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문제는 또 있다. 직장보험가입자와 지역보험가입자의 형평성 문제도 불거진다. 직장보험은 소득만으로 산정돼 보험료가 낮은 반면, 지역가입자는 소득과 재산까지 포함돼 보험료가 직장보험료에 비해 높은 편이다. 기준중위소득 150% 4인 가구 소득 기준은 712만4000원으로 같지만 건보료 부담금은 직장가입자가 23만7652원, 지역보험가입자가 25만4909원으로 1만7257원(6.8%) 많다. 같은 4인 가구지만 가입처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 있는 셈이다.

◇외국인 가족 포함된 다문화 가정은 재난지원금 받나?

가족 중 외국인 남편이나 아내가 있는 다문화 가정의 경우 어떻게 될까. 정부는 재난지원금을 가구 단위로 지급하겠다며 밝히며 여기서 말하는 가구는 2020년 3월29일 기준 세대별 주민등록표상 가구원을 기준으로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외국인도 주민등록표에 가구원으로 등재가 가능하다. 외국인의 경우 주민등록증은 발급되지 않지만 다문화 가구 등을 배려해 주민등록표에 가족으로 등재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민등록법상 거주자(내국인)에 해당되는 세대주가 가구를 형성하고 있는 경우 외국인이 포함된 다문화 가정도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다문화 가정내 외국인 남편이나 아내가 납부하는 건보료도 재난지원금 지급기준이 되는 건보료 합산액에 포함할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동일 가구내 가구원의 건보료를 모두 합산해 기준 이하일 경우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기 때문에 가족 구성원의 건보료는 매우 중요하다.

정부는 동일 가구 기준을 설명하며 주민등록법에 따른 거주자 중 세대별 주민등록표에 함께 등재된 사람이라고 명시했다. 정부의 설명에 따르면 외국인 남편이나 아내의 경우 주민등록표에 등재되지만 주민등록법상 거주자는 아니기 때문에 건보료 합산액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다문화 가정의 총소득액이 높아도 외국인 남편이나 아내의 건보료가 빠지기 때문에 재난지원금을 받는데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건보료 기준에는)한계가 많다. 직장은 부양의무자 소득만 가지고 보험료가 부과되고, 지역은 각 가구원의 재산을 개별적으로 산정해서 보험료 부담하다보니 결과적으로 지역 가입자의 보험료가 높을 수밖에 없는 문제가 있다”며 “직장인은 근로소득 외 여러 소득이 있을 수 있는데 반영이 안된다. 구체적 객관적인 공평성을 담보하기엔 역부족인지 않나 생각 든다”고 지적했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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