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미뤄진 수능…“난이도는 그대로, 범위 축소는 불가능”

  • 뉴시스
  • 입력 2020년 3월 31일 14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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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11월19일에서 12월3일로 미뤄져
감염병에 의한 연기는 도입이래 처음
평가원 "수능 모평 통해 난이도 판단"
고교마다 시점상 배우는 과목 달라서
수능 범위 축소도 현실적으로 불가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11월19일에서 2주 미뤄져 12월3일 시행된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3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기간 고등학교 개학연기와 학사일정 변경에 따라 부득이하게 2021학년도 대학 입시 일정을 조정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이날 수능 시행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현재로서는 난이도를 조절할 계획은 없고 예년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범위도 줄어들지 않고 그대로 유지한다.

◇수능과 모의평가 2주일 연기…수시도 16일 연기

수능은 당초 11월19일에서 2주일 연기돼 12월3일 시행한다. 6월 모의평가는 종전 6월4일에서 6월18일로 연기한다. 9월 모의평가는 9월2일에서 9월16일로 연기한다.

교육부는 8월31일이던 대입 수시전형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작성 마감일도 9월16일로 16일 미루기로 했다. 정시전형 기준 학생부 작성 마감일은 11월30일에서 12월14일로 조정된다.

전형기간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수시·정시 원서접수도 뒤따라 연기되며 일정이 조정된다.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이 내년 초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수시모집은 9월7일이 원서접수 시작 예정이었으나 9월23일로 16일 밀렸다. 109일 가량이던 모집기간도 사흘 가량 줄어든다.

수능이 끝난 후 치르게 될 정시모집은 원서접수를 종전 12월26일에서 12일 미뤄 1월7일에 시작하는 것으로 바뀌면서 해를 넘기게 됐다. 전형기간도 54일에서 44일로 10일 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대학 입학전형에 대한 기본사항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에서 정한다. 교육부는 변경하기로 한 대입 일정을 대학과의 협의를 거쳐 내달 중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연기는 불가피했다…고교 교사 89% “연기해야”

개학이 4차례 미뤄지면서 대입 일정 연기는 불가피했다. 학교에서는 내신 성적에 반영되는 중간, 기말고사가 미뤄지거나 수행평가 등으로 대체됐다.

개학을 미루면서 법정 수업일수를 최대한 맞추려다 보니 여름방학이 줄어들면서 수험생들의 심리적, 신체적 부담감도 가중돼 왔다.

수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에 활용되는 학생부는 교사들에게도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고3 담당 교사들은 평소에도 기재사항을 채워넣느라 일정에 쫓겨왔던 터라 이 역시 연기가 필요했다.

실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이 고등학교 교사 9632명을 대상으로 지난 27~29일 진행한 설문을 보면, 응답자 88.6%가 수능과 대입 일정을 미뤄야 한다고 답했다.

교육부는 “장기간의 고교 개학 연기와 학사일정 변경에 따른 교육현장의 어려움이 가중됐다”며 “수험생의 대입 준비기간 확보, 원활한 고교 학사 운영 여건 조성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가원 “수능 난이도는 유지”…범위 조절도 “계획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능 난이도는 예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한다는 게 평가원의 입장이다.

평가원 김동영 대학수학능력시험본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예전의 수능 난이도 기준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것이 늘 수능을 준비, 진행하는 데 있어 (평가원의) 기본방침”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코로나19 사태로 학생들의 학력수준에 문제가 있다면 6월, 9월 모의평가(를 살피겠다)”며 “학생들 반응, 성적 결과를 바탕으로 적정한 난이도가 유지될 수 있도록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모의평가는 2주씩 연기돼 6월18일, 9월16일에 치러진다.

범위 축소론에 대해서도 교육부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고등학교 3학년 1학기에 들을 과목을 고등학교 2학년에 먼저 듣는 일이 있어서다.

고등학교는 중학교와 달리 학교가 수업계획을 자율적으로 편성, 3년 안에 일정 교과목을 듣기만 하면 된다.

교육부 송근현 대입정책과장은 “수학과 과학 과목과 같이 위계가 있는 과목이라도 특수목적고, 영재고에서 수능을 보는 학생들은 이미 준비를 마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과목을 한정하면 어떤 의미에서든 유불리를 따지면서 공정성 시비가 붙을 수밖에 없다. 송 과장은 “고교 과목 중 일부는 모집단위별로 대학이 가산점을 부여하는 경우도 있어 재수생과의 형평성도 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감염병으로 미뤄진 첫 수능…역사상 수능 연기는 총 4번

수능이 미뤄진 것은 1993년 시행 이래 4번째다. 2005년 6일, 2010년 1주, 2017년 1주 연기된 만큼 2주 연기는 사상 처음이다. 감염병으로 수능이 연기된 것도 처음이다.

2005년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정상회의로 당시 11월17일에서 23일로 6일 연기됐다. 회의가 그 해 11월18일~19일 부산에서 열리게 되면서 같은 해 2월에 연기했다.

비슷한 일은 2010년 한 번 더 있었다. 그해 서울에서 11월11일~12일 주요20개국(G20)정상회담이 열리면서, 수능도 11월11일에서 18일로 1주일 미뤄진 적이 있다. 이 또한 그 해 2월 사전에 발표됐다.

2017년에는 수능 전날인 11월15일 포항지진이 발생하면서 긴급히 1주일을 연기했다. 교육부는 당일 지진이 발생했음에도 진행을 고집하다 2시간여만에 결정을 뒤집고 11월23일로 1주일을 미룬 바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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