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훈련병 4명 검체 섞어 코로나 검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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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입영자 700명 대상 실시
軍 “예방적 차원… 시간-비용 절약”
의료계 “검사결과 오류 가능성”

군이 4명의 검체를 한꺼번에 섞어 대구경북 지역 출신 훈련병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방역 전문가들은 “검사 결과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23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국방부는 지난주부터 대구경북 지역 출신 장병들에게 ‘풀링’ 방식을 통해 코로나19 검사를 시행하라는 지침을 각 군에 내렸다. 이는 4명의 검체를 한데 모아 검사하는 것으로, 추후 바이러스가 검출되면 1명씩 다시 검사를 진행한다. 지금까지 약 700명의 훈련병이 검사를 받았고 양성 반응을 보인 인원은 없다고 군은 설명했다. 앞서 병무청은 9일부터 대구경북 지역 입영을 재개했다.

군이 이 같은 검사 방식을 도입한 것은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다. 국방부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성이 크지 않은 장병을 대상으로 한 예방적 차원의 검사라고 했다. 군 관계자는 “대구경북 입영 대상자들은 군에서 예방적 격리만 하면 되고 애초에 검사 대상도 아니다. 군이 확산을 방지하고자 자체 검사를 진행한 것”이라고 전했다. 군 자체 검사는 국군의학연구소에서 이뤄진다. 질병관리본부가 지정한 검사 대상자의 경우 정상적인 1인 1검체 검사를 시행 중이라고 군은 설명했다. 군은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도 노로바이러스 검사 시 이 방법이 사용됐고 국군의학연구소 실험을 통해 검사 결과의 신뢰성을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신종 감염병인 코로나19 검사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질본 관계자는 “바이러스 양이 아주 적은 상황이라면 여러 명의 검체를 섞었을 때 음성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신속한 검사보다는 정확한 검사가 중요한데 왜 그런 방법을 쓰는지 의아하다”고 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여러 사람의 바이러스를 섞는 과정에서 오염이 될 가능성도 있다. 아주 황당한 발상이다”고 했다.

신규진 newjin@donga.com·이미지 기자
#국방부#코로나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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