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출근→아프면 쉰다… 장기전 대비 ‘새로운 일상’ 준비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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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지속가능한 ‘생활 방역’ 매뉴얼 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지속 가능한 ‘생활 방역’ 지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 수준의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한 달 넘게 지속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 전문가들은 일상으로 복귀해도 추가 감염을 억제할 수 있는 생활 속 방역 매뉴얼을 정부가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질병관리본부(질본)는 코로나19가 인플루엔자(독감)처럼 유행성 감염병으로 토착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질본이 인플루엔자 감시 체계에 코로나19를 추가하겠다고 밝힌 이유다. 이미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단계로 진입해 바이러스가 해외에서 국내로 다시 유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7일 현재 세계 161개국에 바이러스가 퍼졌고, 이 중 83개국에서 지역사회 감염 단계로 접어들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본 본부장)는 “이번 유행이 최소 여름, 길게는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도 사회적 거리 두기의 무게 중심을 ‘자발적 격리’에서 ‘생활 방역’으로 옮겨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17일 “9·11테러 이후 안보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듯 코로나19 이후 모든 사람들의 일상이 바뀔 것”이라며 생활 방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민이 공감하고 쉽게 따를 수 있는 ‘방역 매뉴얼’을 만들 필요가 있는 것. 예컨대 전문가들은 직장에서 회의나 모임의 규모를 줄이거나 온라인으로 대체할 것을 권고한다. 모든 직원이 같은 공간에 모이지 않도록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조절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손잡이나 키보드처럼 손이 자주 닿는 부분을 주기적으로 소독하는 것도 중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마스크나 휴지를 위생적으로 버릴 수 있도록 뚜껑이 닫힌 쓰레기통을 쓰라고 권고할 만큼 세심한 매뉴얼을 두고 있다.

‘아프면 쉰다’는 직장 문화도 확산돼야 한다. 병원 진단서 없이도 병가를 쓸 수 있도록 하는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 감염병 유행 상황에서 자칫 병원에 과부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원석 고려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유증상자가 유입되지 않도록 사무실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발열 등 건강 상태를 당분간 매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학교는 바이러스 확산의 불씨가 될 수 있다.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신종플루) 유행 때도 학교에서 집단 감염 사례가 적지 않았다. 학생들의 밀집도를 낮추는 게 중요하다. 학년이나 학급별로 등·하교 시간을 조정하고, 점심도 식당이 아닌 교실에서 먹도록 해 접촉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체육이나 합창, 과학실험 등 밀접 접촉이 예상되는 수업은 가급적 연기하는 게 좋다.

집단 감염이 집중되고 있는 종교 행사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매뉴얼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보건당국이 강제로 금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17일 “종교의 자유가 헌법에서 보장된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이기 때문에 강제 금지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부득이하게 예배를 본다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른 사람과 2m 이상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다음 달 총선에서도 생활 방역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사전에 우편투표를 하거나 덜 붐비는 시간대에 투표소로 갈 것을 당부하고 있다. 투표소에서도 투표함 사이의 거리를 충분히 넓히는 게 좋다.

박성민 min@donga.com·위은지 기자
#코로나19#장기전#매뉴얼#생활 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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