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받는 데 한달, 보증심사까지 또 두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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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조원 코로나 대출 ‘그림의 떡’

“보증 상담 대기만 800명입니다. 오늘 신청해도 4월 중순은 돼야 상담이 가능합니다.”

6일 오전 서울신용보증재단 마포지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은 보증을 받기 위해 창구를 찾았다가 예약안내장만 받은 채 발길을 돌리고 있었다. 대기 인원이 많아 상담 받는 데만 한 달이 걸리고 보증심사까지 두 달이 더 걸린다는 얘기에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마포에서 해장국집을 하는 이정애 씨(73)는 “당장 하루가 급한데 너무 오래 걸려 막막하다”며 “외환위기도 버텼는데 이번에는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코로나19 관련 금융 지원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은 ‘마스크 구하기 만큼이나 대출받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당국도 신속한 금융 지원을 위해 보증심사 인원을 늘리는 등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 마스크 구하기 만큼이나 받기 힘든 보증부 대출

10일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 관련 대출 지원 현황 점검 브리핑을 열고 은행에 위탁하는 대출 업무 범위를 늘리는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세훈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현재 제한된 범위에서만 신용보증재단이 은행에 업무를 위탁하고 있는데 업무 범위를 심사 과정까지 넓히는 방안을 중소벤처기업부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책금융기관부터 민간 금융회사까지 코로나19 피해를 극복하기 위해 7조 원 이상의 금융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달 3일 기준 집행률은 30%에 불과하다. 소상공인들은 매출 급락으로 당장 임차료도 못 낼 정도로 급박한 상황이지만 대출은 ‘그림의 떡’이 되고 있다.

대출이 늦어지는 이유는 코로나19 금융 지원이 대부분 보증부 대출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보증부 대출은 차주가 신용보증재단 등에서 보증서를 발급받은 뒤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구조다. 차주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재단이 대출금의 90∼100%를 책임져 주기 때문에 은행들이 선호한다. 은행들이 담보력과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소상공인에게 코로나19 관련 금융 지원을 보증부 대출 위주로 하면서 보증심사가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평상시에는 심사 기간이 2주 정도 걸렸는데 최근 대출 신청이 급증하면서 두 달까지 지연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은 코로나19와 관련해 보증부 대출 1조7500억 원, 일반대출 1조4000억 원 규모의 지원계획을 밝혔지만 현재까지 실제 대출 집행은 보증부 대출 위주로만 진행되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달 초까지 집행된 코로나19 관련 대출 총액의 90%가 보증부 대출이다.

○ 퇴직 인원 투입하고 보증심사 업무 은행에 위탁 확대


3일 오후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상인회 사무실 앞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특례보증 상담을 기다리는 상인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상인들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발행하는 정책자금확인서를 발급받아 시중은행에서 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대구=뉴스1
3일 오후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상인회 사무실 앞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특례보증 상담을 기다리는 상인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상인들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발행하는 정책자금확인서를 발급받아 시중은행에서 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대구=뉴스1
금융위는 코로나19 대출의 조기 집행을 위해 은행이 대출 심사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금융위는 신한은행을 우수 사례로 소개했다. 신한은행은 대출을 받으려는 소상공인의 신용등급을 3단계 높인 수준으로 금리와 한도를 결정하고 있다. 또 4월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은 일괄적으로 만기를 6개월 연장해주고 원칙적으로 지점장 전결로 여신심사를 해 심사 기간도 단축했다.

하지만 개별 지점 창구 직원들은 대출 문턱을 낮췄다가 자칫 대출 부실이 발생하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위가 코로나19 대출에 대한 일선 은행 직원의 면책 범위를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은행 내부 성과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어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선 심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심사 인력을 대폭 확충하는 방안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도 정책금융기관 퇴직자를 은행 혹은 지역보증재단 등의 심사 인력으로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심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보증재단과 은행 간 전산을 연결하는 방안 등도 관계부처 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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