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일가족 돕고 가출청소년 재워줘… 온정 나누는 공복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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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비상]
격무 속 대구 공무원들 선행

취약계층 어르신에 전달할 도시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국에서 사회복지시설들의 휴관이 이어지며 취약계층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 강서구 등촌7종합사회복지관은 현재 휴관 중임에도 5일 직원들이 나와 식사 해결이 어려운 취약계층 노인 92명에게 전달할 도시락을 포장했다. 뉴시스
취약계층 어르신에 전달할 도시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국에서 사회복지시설들의 휴관이 이어지며 취약계층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 강서구 등촌7종합사회복지관은 현재 휴관 중임에도 5일 직원들이 나와 식사 해결이 어려운 취약계층 노인 92명에게 전달할 도시락을 포장했다. 뉴시스
“밤잠을 설치지만 응원이 많아 절로 힘이 납니다.”

대구 달서구 진월초등학교 교사 신민철 씨(29)는 평소보다 더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개학이 23일까지 연기됐지만 최근 온라인 학교를 열었다.

초등생 학습 웹사이트 ‘학교가자.com’은 이달 2일 개교했다. 코로나19 여파가 심상치 않았던 지난달 20일부터 매일 새벽 3, 4시까지 신 씨가 만들었다. 학교를 가지 못하는 제자들을 위해 일상을 포기하고 공을 들였다.

소식이 알려지면서 다른 교사 3명이 거들었다. 이후 서울 경기 경북 등에서 17명이 합세했다. 덕분에 ‘학교가자’는 꽤 유익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1∼6학년별 수업 자료와 동영상, 독서 프로그램 등 다양하다. 분당 접속자가 1000명 이상일 때도 있다.

사이트에는 ‘내용이 참 훌륭하다’, ‘교육의 희망을 본다’, ‘진심 어린 나눔이다’ 등의 응원 메시지가 매일 올라온다. 대구시교육청은 각 학교에 소개 공문을 보내고 집에 있는 학생들이 활용하도록 했다. 신 씨는 “호응이 커져 잠을 줄이면서 웹사이트를 운영한다.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데 작은 힘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이 일터 밖에서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이들의 십시일반 온정에 희망 바이러스가 퍼졌다. 김외숙 대구 남구보건소 감염예방팀장은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남구 방역 및 예방 업무를 총괄하다 보니 하루 수면 시간이 3시간 이하다. 그는 최근 가출청소년 3명을 만났다. 경찰이 길거리를 배회하던 청소년을 발견하고 코로나19 검사를 의뢰했다. 2명이 양성 판정을 받고 인근 병원에 입원했다. 하지만 음성 판정을 받은 A 양(15)은 갈 곳이 없다고 했다. 딱한 사정을 듣고 한참 망설였다.

김 팀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청소년보호센터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결국 우리 가족과 상의해 방을 내줬다”고 말했다. 그는 A 양을 정성껏 보살폈다. 김 팀장의 진심을 느낀 A 양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김 팀장은 “누구나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했다.

대구 수성구 홍보담당 권기원 씨(33)는 1일 구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한 통의 메시지를 받았다. 일본 교민이 고령의 어머니가 혼자 계신다며 마스크를 구해 줄 수 있냐고 부탁했다. 업무를 마친 권 씨는 주소지를 찾아 자비로 마스크를 구해 직접 건넸다. 그는 모니터링을 하는 자가 격리 가족에게 비상약을 배달하기도 했다. 권 씨는 “어려운 사정을 듣고 외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대구시설공단 임직원 44명은 코로나19 업무지원단을 구성했다. 3일부터 남구에서 업무 지원을 시작했다. 남구엔 신천지예수교 대구교회가 있고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가장 많이 나왔다. 5일 중구의 신천지 시설 폐쇄 작업도 도왔다. 보건소 지원과 방역 활동도 한다.

공단 임직원들은 5000만 원을 모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대한적십자사, 대구시자원봉사센터에 나눠 전달했다. 장애인과 고령자를 위한 ‘나드리콜’ 택시 12대는 자가 격리 가정에 긴급 생필품 상자를 전달하고 있다. 김호경 대구시설공단 이사장은 “직원들이 스스로 업무지원단을 꾸려 코로나19 현장을 지원해 뿌듯했다. 전방위로 지원해 코로나19 극복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장영훈 jang@donga.com·명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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