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마스크 공장서 반값에 납품받아 15배 폭리 판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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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계좌로 수익 챙겨
국세청, 사재기 등 52곳 세무조사

마스크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A 씨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마스크 수요가 늘며 시장 가격이 뛰자 기존에 납품해 온 거래처와 공급 계약을 끊었다. 유통업체를 운영하는 아들에게 마스크를 몰아주기 위해서였다. A 씨는 1장당 750원에 팔던 마스크를 반값도 안 되는 300원에 아들 회사에 넘겼다.

아들은 코로나19로 마스크 품귀 현상이 나타나자 아버지에게서 싸게 산 마스크를 시가보다 비싸게 팔기로 했다. 그가 노린 건 지역 ‘맘카페’였다. 마스크 값이 뛰어도 가족의 건강을 우선시하는 엄마들은 마스크를 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는 아버지에게 마스크 350만 장을 받아서 이 중 상당수를 자신이 납품받은 가격의 최대 15배인 4500원에 팔았다. 이로 인한 수익은 자녀와 배우자 명의의 차명계좌로 챙겼다.

국세청은 이처럼 코로나19 사태를 틈타 마스크를 사재기하거나 시장 가격을 교란하는 마스크 판매상과 유통업체 52곳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들어갔다고 3일 밝혔다. 보따리상을 통해 마스크를 해외로 반출하거나 사재기한 마스크를 고가에 현금 판매하는 업체 등을 중심으로 조사 대상을 선정했다. 국세청은 지난달 25일부터 전국 마스크 제조·유통업체 275곳에 조사요원 550명을 파견해 일제 점검을 하고 있다.

세무당국에 따르면 산업용 건축 자재를 유통하던 B 씨는 지금까지 마스크를 판매하지 않다가 국내에 코로나19가 발생한 1월부터 마스크 300만 장을 집중 매입했다. 국세청 조사에 따르면 그는 1장당 4000원씩 현금으로 받거나 해외 보따리상에 물건을 넘기며 무자료 거래를 하는 식으로 매출을 숨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생활용품을 파는 온라인 판매상 C 씨는 온라인 쇼핑몰에 마스크 판매 등록을 해놓고 정작 소비자 주문이 들어오면 물건이 다 팔린 것처럼 공지했다. 그리고 온라인 쇼핑몰 비밀 게시판을 통해 구매자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한 뒤 장당 3800∼4600원을 받고 마스크를 팔았다. 이는 온라인 쇼핑몰에 판매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는 ‘꼼수’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플루언서 D 씨 역시 사재기한 마스크를 팔로어에게 현금으로 팔다 당국에 적발됐다.

국세청은 이들 업체가 마스크 판매로 얼마나 매출을 올렸는지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5개 사업연도를 점검해 그간 탈루한 세금을 모두 추징할 방침이다. 자료를 은닉·파기하거나 이중장부 작성 등 조세 포탈 행위가 드러나면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마스크#코로나19#국세청#사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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