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정부 항의에도 ‘착륙 불허’ 강행… 터키선 228명 발묶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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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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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자체 의료진 주한미군 급파

中서 격리되는 한국인들 지난달 28일 중국 광둥성 선전시 국제공항에 도착한 한국인들이 격리 수용 장소인 호텔로 이동해 방역 및 등록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교민 제공
中서 격리되는 한국인들 지난달 28일 중국 광둥성 선전시 국제공항에 도착한 한국인들이 격리 수용 장소인 호텔로 이동해 방역 및 등록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교민 제공
정부의 ‘외교적 대응’에도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국가들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세계 곳곳에서 우리 국민의 발이 묶이고 있다. 베트남이 사전 통보 없이 한국발 비행기의 착륙을 금지한 가운데 1일 오후 기준 한국인에 대한 입국 금지·제한 조치를 취한 나라는 총 81개국으로 늘어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한국의 글로벌 고립 현상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해외 체류 국민 보호에도 비상이 걸렸다.

외교부는 1일 응우옌부뚜 주한 베트남대사를 초치해 베트남 당국의 여객기 착륙 불허 조치에 대해 항의했다. 지난달 29일 승객 40여 명을 태우고 인천국제공항에서 베트남 하노이로 출발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이륙한 뒤에야 베트남 정부의 하노이 착륙 불허 통보를 받고 급히 회항했기 때문이다.

특히 베트남 당국은 항공사는 물론이고 외교부에도 항공기 착륙 불허 방침을 사전에 설명하지 않았다. 전날인 28일 오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팜빈민 베트남 부총리 겸 외교장관과 전화 통화를 하고 한국인 무비자 입국 중단에 항의한 지 하루도 안 돼 일방적인 추가 조치를 단행한 셈이다. 앞서 28일 하노이에 입국한 한국인 200여 명은 하노이 외곽 군부대와 병원 등지에 강제 격리된 상태다.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국가 수도 매일 늘어나고 있다. 1일 오후 기준 ‘입국 금지국’은 터키와 앙골라가 추가돼 전날에 비해 2개국이 늘어난 36개국이 됐고, 격리 조치를 취하는 등의 ‘입국 제한국’은 45개국이 됐다. 터키는 1일부터 한국과 이탈리아 등을 오가는 여객기 운항을 중단해 이스탄불 공항에 한국인 228명이 발이 묶여 공항과 호텔에서 귀국 편을 기다리고 있다.

중국에서 한국인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하는 지역도 전날 11개 지역에서 저장성 충칭시 베이징시가 추가돼 14개 지역으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당국은 격리된 한국인들에게 식사로 죽과 밀가루 빵 등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이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대구에 대한 여행경보를 최고 단계인 4단계 ‘여행 금지’로 격상하면서 한국 입출국 통제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미 국무부는 대구 외에 한국의 다른 지역에 대한 여행경보는 3단계 ‘여행 재고’를 유지했지만 하버드대 프린스턴대 등 미국 명문대들은 한국을 다녀온 학생과 교수 등에게 2주간 자가 격리를 요구하고 한국에 대한 방문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강 장관은 1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과 통화를 하고 “양국 간 교류를 불필요하게 위축시킬 수 있는 과도한 조치는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미국 내에선 워싱턴주에서 50대 후반 남성이 지난달 29일 시애틀의 한 병원에서 코로나19로 처음 사망했다. CNN에 따르면 워싱턴주에서는 최근 대구를 방문하고 돌아온 50대 여성이 코로나19 1차 양성 진단을 받았다.

주한미군에서는 29일 네 번째 확진자가 나왔다. 미 국방부는 60여 명 규모의 자체 의료연구진을 최근 한국에 급파해 주한미군 관계자들에 대한 코로나19 검사를 시행하고 백신 연구를 진행한다고 미 행정부 소식통이 전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 뉴욕=박용 / 워싱턴=김정안 특파원
#코로나19#한국인 입국#베트남#착륙금지#외교부#미국 국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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