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1000명 넘은 대구… “향후 일주일이 분수령”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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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기사-공무원-복지종사자 등… 접촉 많은 직종서 확진 잇달아
“한 다리만 건너도 자가격리 대상”

“차라리 저 혼자만 감염되면 다행일 정도예요….”

대구의 한 요양보호센터에서 방문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A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왈칵 울음부터 터뜨렸다.

이 요양보호센터는 함께 일하던 요양보호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비상상황이다. 이 확진자는 평소 돌보던 할머니 댁과 요양보호센터 사무실을 들러 추가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A 씨는 “제가 돌보는 83세 할머니가 감염될까봐 걱정이다. 석 달 전에 급성 심근경색으로 수술까지 받아 체력이 약하시다”고 답답해했다.

대구는 27일 오후 8시 기준 전날과 비교해 코로나19 확진자가 422명 증가했다. 18일 첫 확진 환자가 나온 지 9일 만에 모두 113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날도 시청 공무원과 소방관, 사회복지시설 관계자, 공항 직원 등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특히 26일 대구 도심을 운행하는 시내버스 805번 기사가 확진 판정을 받아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해당 버스에 오른 승객 명단과 이들의 동선을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대구소방안전본부 소속 소방관 3명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소방청에 따르면 현재 확진자나 의심환자와 접촉해 격리된 소방관은 561명에 이른다. 확진자가 근무했던 대구 동부소방서 동촌119안전센터와 수성소방서 만촌119안전센터 등은 한때 폐쇄됐다가 현재는 교대 팀이 업무를 재개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지역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시청에서도 직원들이 잇따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대구시청에선 현재까지 4명의 환자가 나왔다. 병원 의료진과 직원 4명, 장애인지역공동체 복지사 등 사회복지시설 관계자 3명도 추가로 확진돼 시설 폐쇄가 잇따랐다. 대구시 관계자는 “폐쇄시설의 다른 종사자들은 재택근무로 전환됐다”면서 “27일 관련 업무에 일시적인 장애가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대구의 관문 가운데 하나인 대구국제공항도 27일 확진자가 나왔다. 한국공항공사 대구지사에 따르면 공항의 보안을 총괄하는 자회사 직원 B 씨가 이날 오전 확진 판정을 받았다. B 씨와 같은 팀인 직원 8명도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스스로 자가 격리에 들어간 시민들은 말 그대로 ‘두문불출’하고 있다. 한 초등학교에서 방과후 활동 교사로 일하는 손모 씨(27·여)는 “한 다리만 건너도 확진자와 접촉했던 사람들이거나 자가 격리 대상자”라며 “평소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영화관이나 쇼핑센터를 찾았는데 요샌 집에만 머문다”고 했다. 대구 달서구에 거주하는 이모 씨(30·여)는 “음식을 배달시키자니 배달원도 밖에서 움직여야 한다. 요샌 미안해서라도 주문을 자제하고 있다”고 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정례브리핑에서 “지금부터 일주일이 코로나19 사태를 해결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26일부터 모든 집회를 금지하고, 동국대경주병원·영주적십자병원 등 의료기관에 1185개의 병상을 추가 확보할 예정이다.

이소연 always99@donga.com·신지환 / 대구=명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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