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장 “마스크 재사용할 수 있다” 정부 방침 오락가락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6일 20시 52분


코멘트
“새롭게 교체할 마스크가 없을 경우에는 재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브리핑에서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58·여·사진)이 설명한 내용이다. 이 처장은 이날 “기본적으로 마스크 재사용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전제하면서도 식약처 차원의 ‘마스크 재사용 지침’을 조만간 내놓겠다고 밝혔다.

시중에서 마스크 구입이 힘든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이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비판적이다. 정부는 그동안 마스크 재사용에 대해 ‘불가’ 의견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총괄하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4일 “일회용 마스크 제품을 재사용하면 필터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역당국 책임자들의 발언이 20여 일 만에 180도 바뀐 셈이다. 서울의 한 의과대학 교수는 “마스크 부족 현상이 계속되다 보니 한 말이겠지만 정부의 방침이 오락가락하면 더 큰 혼선을 빚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처장은 이날 마스크 재사용 기준으로 “오염 정도를 본인이 판단해서, 본인이 사용하는 조건”을 꼽았다. 하지만 일반시민이 자신이 쓰던 마스크의 오염 정도를 스스로 판단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논란이 일자 식약처 측은 “이 처장의 발언은 기자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온 답변일 뿐 정부의 마스크 공급 대책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마트나 편의점, 온라인쇼핑몰을 전전하던 시민들은 허탈해했다. 직장인 신모 씨(40·서울 종로구)는 “중국인들이 공항에서 마스크 수십 상자를 들고 출국하는 사진을 보던 국민에게 ‘마스크 재사용도 괜찮다’고 말하면 누가 공감하겠냐”며 꼬집었다.

박재명기자 jm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