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초유의 어려움 처한 대구·경북에 온 국민이 격려와 지원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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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확진 환자 상당수가 발생한 대구경북 주민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행인을 찾아보기 힘든 거리와 비상식량을 챙기느라 쌀과 두부 등 식료품이 동난 마트 진열대의 모습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어제 기자회견에서 “대구시만 놓고 볼 때 코로나19 상황은 ‘매우 심각’ 단계”라며 “우리가 준비한 병상도 이런 추세로 확진자가 나온다면 다음 주를 못 버틴다”고 우려했다. 이어 “SNS상에서 ‘대구 폐렴’ ‘대구 코로나’ 같은 말들이 있어 가뜩이나 힘들고 어려운 우리 대구 시민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 대구를 조롱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정부는 20일 배포한 보도자료에 ‘대구 코로나19’란 표현을 사용한 것이 문제가 되자 급히 그 표현을 삭제하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현재까지 보건당국의 역학조사 결과를 보면 대구경북에서 급증한 확진 환자 대부분은 신천지대구교회 관련자였다. 지역사회 감염 확산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한 중앙정부와 보건 당국의 탓도 있을 것이다. 이 지역의 방역·위생 소홀이나 일반 시민들의 부주의 탓이 전혀 아닌 것이다. 대다수 대구경북 시민들은 일상생활의 불편을 겪어야 하는 피해자다. 인터넷 공간에서 “대구 사람 만나지 마라”는 등 혐오성 말이 나도는 것은 지역감정의 변종(變種)이나 마찬가지다. 위로하고 격려해야 할 상황에 특정 지역을 거명한 ‘낙인찍기’는 힘겹게 버티고 있는 대구경북 주민에게 상처만 주는 것이다. 행여 50여 일 앞둔 총선을 의식해 정치권이 정쟁의 소재로 삼는다면 거센 역풍을 맞을 것이다.

정부는 대구와 경북 청도를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해 특단의 지원대책을 강구하기로 했다. 우리 국민은 위기를 맞을수록 힘을 합쳐왔다. 대한민국이 외환위기 등 고비마다 헤쳐 나올 수 있었던 저력이다. 대구경북의 위기는 국가적 위기다.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는 한편 민간 차원에서도 대구 시민들을 돕기 위한 다양한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위기와 시련을 맞을수록 더 빛나는 국민 통합의 역사를 지켜가야 할 때다.
#코로나19#대구경북#국민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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