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실 문 아래로 ‘음성’ 증명서… 땅 밟게 됐다니 울컥”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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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크루즈선 2주 만에 하선 시작
감염 걱정돼 조기 귀가 꺼리기도… 전문가 “선내 위험지역 구분없어”

日크루즈선 승객에 쏠린 관심 19일 일본 요코하마항에 3일부터 정박해 있던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하선한 한 남성 탑승객이 마스크를 쓴 채 취재진 사이를 빠져나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날 3711명의 탑승객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은 443명의 승객을 하선시켰다. 요코하마=AP 뉴시스
日크루즈선 승객에 쏠린 관심 19일 일본 요코하마항에 3일부터 정박해 있던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하선한 한 남성 탑승객이 마스크를 쓴 채 취재진 사이를 빠져나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날 3711명의 탑승객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은 443명의 승객을 하선시켰다. 요코하마=AP 뉴시스
“어젯밤 객실 문틈으로 ‘음성’ 증명서가 들어온 것을 보고 울었습니다. 한 달 만에 땅을 밟았는데 역시 지상이 좋네요.”

19일 오전 11시 반 일본 요코하마역에서 만난 70대 일본인 남성은 이렇게 말하며 배낭에서 증명서를 꺼내 보여줬다. 그는 지난달 20일 요코하마항에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탑승했다. 홍콩 대만 등지를 방문하고 4일 귀가할 예정이었지만 크루즈선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자가 나오면서 발이 묶였다. 일본 요코하마항 앞바다에 정박한 크루즈선에서 3일부터 16일 동안 격리돼 있다가 이날 하선했다.

일본 정부는 탑승객 3711명 중 음성 판정을 받고, 발열 및 기침 증세가 없는 443명의 하선을 허가했다. 대부분이 70세 이상 고령의 일본인이었다. 크루즈선이 정박해 있는 요코하마항 다이코쿠(大黑)부두는 마중 나온 가족들의 밴과 택시, 선사가 준비한 버스로 붐볐다. 한 젊은 남성은 알코올을 묻힌 솜으로 배에서 내린 부모의 가방과 옷을 닦았다. 이들은 전세버스 23대로 요코하마역 등 주요 역까지 이동했고, 역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귀가했다.

하지만 바이러스 온상에서 오랫동안 지낸 하선자들을 바로 집으로 보내도 되느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요코하마역에서 만난 노부부는 “열흘간 집에 들어가지 않겠다. 병원에서 한 번 더 검사를 받고 싶다”고 했다. 18일 의료팀 일원으로 크루즈선에 탑승했던 이와타 겐타로(巖田健太郞) 고베대 교수는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선내에 안전지역과 위험지역 구분이 없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매우 비참한 상황에서 마음속 깊이 무섭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한국인 6명과 일본인 배우자 1명 등 7명을 태운 공군 3호기는 19일 새벽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이날 크루즈선에서만 79명의 감염자가 추가로 나와 일본의 전체 감염자는 오후 10시 기준 총 705명으로 늘었다.

요코하마=김범석 bsism@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일본#크루즈선#하선#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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