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강경 지지층에 휘둘려 민심과 멀어지는 민주당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1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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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어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민주당만 빼고’ 칼럼고발 논란 등에 대해 “집권여당 원내대표로서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며 “더욱 낮고 겸손한 자세로 민생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여당을 비판한 칼럼을 쓴 교수 고발 논란에 대해 공식 사과한 것이다.

민주당은 최근 조국 사태에서 쓴소리를 해온 금태섭 의원의 지역구 공천 후보자를 추가 공모했다. 친문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을 받아온 금 의원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라는 해석도 있다. 그러자 조국백서 필진으로 참가한 변호사가 이 지역 출마 의사를 밝혔다. 공천은 당의 권한이며 당내 영역이다. 당마다 공천 기준은 후보의 본선 경쟁력과 세평 등 다양할 것이다. 하지만 공당의 공천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중요한 과정이어서 국민 눈높이라는 상식적 기준도 중요하다.

흔히 ‘문빠’로 불리는 강경 친문 지지자들은 최근 정부·여당에 우호적이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무차별 공격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생업이 어려워진 한 자영업자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경기가) 거지같아요. 너무 장사가 안돼요”라고 말했다가 개인 신상이 다 털렸다고 한다. 불경스러운 말투였다는 이유로 가게 상호와 주소, 휴대전화 번호까지 다 공개된 것이다. 친문 지지자들의 이 같은 행태는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 차원을 넘어서서 다중의 힘으로 타인의 정치적 견해를 억압하거나 자신의 뜻을 강제하려는 집단 폭력이나 다름없다.

우리나라 정당은 계급·이념 정당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대표하는 포괄정당(catch-all party)의 성격이 강하다. 지지층을 외면할 순 없지만 건전한 중도층을 아울러야 하는 이유다. 강경 지지층에 휘둘리면 민심이 왜곡될 수 있다. 최근 여권을 향해 막말에 가까운 글을 올린 미래통합당 의원의 행태도 강경 보수 지지층을 의식한 결과일 것이다. 강경 지지층을 넘어 국민 눈높이를 읽지 못하는 정당은 고립될 수밖에 없음을 보수-진보 진영 모두가 명심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칼럼고발 논란#강경 친문 지지자#무차별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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