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키우는 ‘우한 폐렴’ 가짜뉴스… 경찰 “중간유포자도 엄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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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고교서 5번째 확진” 등 괴담… SNS 통해 급속하게 퍼져
특정 사이트 가입 유도 사기도… 대통령 “중대범죄” 강력대응 주문
경찰, 사이버 상황실 꾸려 추적… 강남구 ‘거짓 이동경로’ 수사의뢰

‘수원의 한 고등학교에서 다섯 번째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28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런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한 지상파 방송 뉴스화면 이미지와 함께 올라온 글은 이날 소셜미디어에서 빠르게 퍼지며 불안을 키웠다. 다음 날 소셜미디어에는 ‘경남 창원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우려자 발생 보고’란 글도 등장했다. 보고서 형식으로 쓴 이 글은 발생 경위와 조치 사항, 향후 대책까지 담겨 있었다.

결론적으로 이 글들은 모두 ‘가짜’다. 제대로 된 출처도 근거도 없다. 게다가 이런 가짜뉴스를 이용한 사기도 벌어지고 있다. ‘국내 우한 폐렴 급속 확산 감염자 및 접촉자 신분정보 확인하기’란 제목으로 이목을 끈 뒤 특정 사이트 가입을 유도해 돈을 뜯는 사례도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과 관련해 거짓 정보가 확산되자 정부가 강력한 대응에 나섰다. 30일 문재인 대통령은 “불신과 불안을 조장하는 가짜뉴스의 생산과 유포는 방역을 방해하고 국민의 안전을 저해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했다.

이에 경찰은 이날 수원 관련 글을 포함해 최근 유포된 가짜뉴스 전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사이버 대책 상황실’을 꾸려 가짜뉴스를 실시간 모니터링한다. 질병관리본부와 보건복지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관계 기관과의 핫라인도 구축했다. 가짜뉴스의 최초 생산자뿐만 아니라 이를 퍼뜨린 이들도 추적해 입건할 방침이다.

법무부와 검찰도 가짜뉴스 근절에 팔을 걷어붙였다. 법무부는 같은 날 오후 “오늘 검찰에 우한 폐렴과 관련해 불신 불안을 조장하는 가짜뉴스를 생산 유포하는 행위를 철저히 수사해 엄단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단체도 대응에 나섰다. 서울 강남구는 같은 날 우한 폐렴 관련 가짜뉴스 작성자 등에 대한 수사를 경찰에 의뢰했다.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세 번째 우한 폐렴 확진자 이동경로’란 내용으로 강남구의 특정 업소 상호가 담긴 가짜뉴스가 온라인에 퍼지고 있다”며 “사회 불안을 막고 피해 업소를 보호하기 위해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강남구에 따르면 국내 세 번째 우한 폐렴 확진자가 강남구에 머물렀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에 ‘확진자의 이동 경로’라는 가짜뉴스가 올라왔다. 여기엔 강남구 9개 업소명이 그대로 나오고, ‘추가 감염자가 생겼다’는 거짓말까지 들어 있다. 허위 목록에 포함된 I호텔과 G병원, D잡화점 등이 강남구에 처벌 의사를 전달해 구는 경찰에 고발장을 접수시켰다.

정부와 경찰이 엄정 대응 의지를 밝혔지만 가짜뉴스 유포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이에 앞서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허위사실을 유포해 병원 운영을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 입건된 20대 여성에 대해 검찰은 벌금 100만 원의 약식기소를 하는 데 그쳤다.

강승현 byhuman@donga.com·홍석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짜뉴스#중간유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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