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 반대 이성윤, 소신인가 외압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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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개입 등 놓고 수사팀과 대립… ‘檢 외부와 상의’ 의혹 제기도
일각 “절차적 방어권 주장 일리있어”

“정치권에 휘둘리는 검사냐, 위대한 반대자(the great dissenter)냐.”

13일 부임해 취임한 지 2주가 갓 지난 이성윤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사진)이 기존 수사팀의 기소 의견을 가로막고 나서면서 그의 행보를 둘러싼 논란이 검찰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전현직 청와대 관계자가 연루된 ‘살아있는 권력’ 수사의 마무리 국면에서 여권 핵심 인사들의 기소를 놓고 기존 수사팀과 현격한 견해차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 지검장은 22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허위 인턴활동증명서를 발급해준 최강욱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의 기소를 놓고 송경호 3차장검사 등 수사팀과 대립했다. 수사팀이 공소장을 들고 가 기소를 설득했지만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을 이유로 출석에 불응한 최 비서관을 조사한 뒤 기소하자는 논리로 기소 승인을 계속 미뤘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 지검장의 주례회동에서 즉시 기소를 지시했지만 이 지검장은 이의제기 의견서까지 제출했다.

22일 밤 이 지검장의 행적을 놓고도 의혹이 불거졌다. 이 지검장이 밤늦게 검찰청을 빠져나갔다가 한밤중 다시 검찰청으로 돌아온 점에서 사건 처리 여부를 ‘검찰청 외부의 누군가’와 상의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일부 검사는 이 지검장이 동향인 최 비서관과 인연이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이 지검장은 28일 울산시장 선거 개입 관련자 기소 여부를 놓고 신봉수 2차장검사 등 수사팀과 같은 방식으로 이견을 노출했다. 이 지검장은 “출석에 불응한 피의자를 조사한 뒤에 기소 여부를 결정하자”고 주장했지만 윤 총장 주재 대검 참모진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전체회의 끝에 기소가 결정됐다.

이 지검장은 청와대 관계자에 대한 기소를 두 차례나 반대했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막지 못했다. 주요 의사 결정 과정에서 윤 총장과 의견을 같이한 수사팀에 밀려 번번이 체면을 구긴 셈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다음 달 3일 검찰 중간간부가 부임하기 전이라 이 지검장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엔 다소 이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기소권은 최소한으로 행사되어야 하는 만큼 절차적 방어권을 보장하자는 이 지검장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는 반론도 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검찰 기소#이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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