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각자 위치서 열심히 해달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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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인사 후폭풍]
지방 발령 측근들과 함께 식사… “모두 해야할 일 했다” 위로
김준규 前총장 “민주국가 맞나”… 일각 “정권에 되레 역풍 불것”

9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인근 중식당에서 직원들과 점심식사를 마친 뒤 차량에 오르고있다. 왼쪽부터 박찬호 공공수사부 부장, 강남일 대검 차장검사. 사진=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9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인근 중식당에서 직원들과 점심식사를 마친 뒤 차량에 오르고있다. 왼쪽부터 박찬호 공공수사부 부장, 강남일 대검 차장검사. 사진=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나도 내가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테니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해 달라.”

윤석열 검찰총장은 8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첫 인사로 한직과 지방으로 좌천된 대검 참모진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이 같은 당부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모두 해야 할 일을 했다”며 참모진을 위로했다고 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청와대를 향한 수사의 정당성을 재확인한 것이다.

윤 총장은 9일 점심도 대검 청사 인근의 서울 서초구 방배동 식당에서 좌천된 참모진, 대검 과장급 검사들과 함께했다. 식사 자리에서 대검 참모진은 서로 돌아가면서 이번 인사에 대한 소회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총장 취임 이후 윤 총장은 오전에 참모진 회의를 해왔는데, 13일부터 윤 총장을 제외한 참모진은 전원 새로 바뀐다.

윤 총장과 대검 참모진은 6개월 만의 이례적인 인사에 말로 저항하기보다는 진행 중인 수사를 완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고위 간부 인사가 불러온 충격파는 크지만 청와대가 연루된 지방선거 개입 의혹 등 살아있는 권력을 상대로 제기된 의혹을 명백히 규명하는 것이야말로 검사로서의 본분을 다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윤 총장은 신년사에서도 “권력으로 국민의 정치적 선택을 왜곡하면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밝혔고, 최근 후배 검사들과의 식사 자리에서도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공무원의 자세를 강조했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송철호 울산시장의 공약 설계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송 시장은 2017년 12월 장관급인 국가균형발전위 고문으로 위촉됐다.

검찰 지휘부가 침묵을 지켰지만 일선 검사들은 청와대와 추 장관을 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한 부장검사는 “이번 인사는 ‘응징’이 중요한 메시지였다”며 “정권을 향한 수사의 결말을 보여주고 싶어 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박철완 부산고검 창원지부 검사는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검사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 또는 집단에 대해 수사하다가 이번처럼 ‘동의하지 못한다’ ‘싫다’는 뜻이 뚜렷하게 담긴 인사가 이뤄졌을 때 검사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동료들에게 물었다. 김준규 전 검찰총장은 페이스북에 “민주주의 국가가 맞는지. 개발도상국이나 독재국가에서도 이렇게는 (검찰 인사를) 안 한다. 50년을 뒤로 갔다”고 적었다. 그는 또 “민주화 세력이 민주주의를 망가뜨린다”고도 했다.

이번 검찰 간부 인사로 여권에 역풍이 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열심히 일하다가 좌천당하면 요즘 검사들은 이를 훈장이라 여긴다. 이보다 더한 진짜 훈장이 어디 있느냐”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수사 도중에 지휘라인을 교체한 것은 선례가 없지만 새로 투입되는 그들도 검사다. 진실을 덮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배석준 eulius@donga.com·김정훈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추미애 법무부 장관#검찰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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