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중앙지검장-검찰국장, 盧정부때 文대통령과 함께 靑 근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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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고위급 인사]
이성윤, 文대통령의 대학 후배… 검찰국장 이어 잇따라 요직 기용
전임 배성범은 非수사 보직 이동, ‘패트 수사’ 남부지검장은 유임
총장 참모진 8명 모두 대검 떠나… 사실상 윤석열 불신임 인사

8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청와대로 이동하기 위해 법무부가 있는 정부과천청사를 나서고 있다. 추 장관은 이날 법무부에서 열린 검찰인사위원회가 끝난 뒤 청와대를 찾았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8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청와대로 이동하기 위해 법무부가 있는 정부과천청사를 나서고 있다. 추 장관은 이날 법무부에서 열린 검찰인사위원회가 끝난 뒤 청와대를 찾았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른바 검찰 내부 친문 라인의 전진 배치로 볼 수 있다.”

8일 단행된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두고 검찰 안팎에선 이런 평가가 나왔다. 서울중앙지검장엔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58·사법연수원 23기)이, 법무부 검찰국장에는 조남관 서울동부지검장(55·24기)이 발령났다. 두 사람 모두 문재인 대통령이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비서실장을 지낼 때 행정관으로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했다. 특히 이 국장은 문 대통령의 경희대 후배로 현 정권 출범 이후 요직인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과 검찰국장에 잇따라 기용됐다. 반면 청와대를 향한 수사를 이끌어온 윤석열 검찰총장(60·23기)의 최측근인 대검 참모진 8명은 좌천돼 문 정권의 검찰 내 ‘윤석열 라인’ 솎아내기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이성윤-조남관 라인, 윤 총장 ‘수사 패싱’ 가능


이 국장과 조 지검장이 이른바 ‘빅2’(서울중앙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에 각각 보임되면서 검찰의 핵심 수사권과 인사권이 모두 정권에 우호적인 인사로 채워지게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 청와대의 선거 개입 의혹 등 현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한 몸’처럼 이끌어온 대검과 서울중앙지검 사이가 벌어지고, 대신 관계가 껄끄러웠던 서울중앙지검과 법무부 간의 직통 핫라인이 생긴 것이다.


이 국장이 지휘하게 된 서울중앙지검은 전국 최대 검찰청으로, 주요 수사 정보와 영장 청구 등 강제수사 권한을 쥐고 있어 윤 총장 체제에서 대검으로 일원화된 수사 통제가 통째로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정치인이나 기업인 등 권력층 범죄를 맡는 반부패수사부가 지난해 직접 수사 부서 축소에 따라 서울, 광주, 대구 등 3곳만 남게 돼 전국의 반부패수사 역량의 대부분이 서울중앙지검장 권한 아래 놓여 있다.

특히 정권의 검찰 개혁 드라이브에 앞장서 온 이 국장이 중용되면서 서울중앙지검에서 진행 중인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장은 매주 한 차례 윤 총장과 회동하면서 주요 수사의 착수 및 진행 상황을 협의하는데, 앞으로는 윤 총장 의도대로 수사가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국장이 자신의 뒤를 이은 조 지검장을 통해 수사 상황을 법무부에 먼저 알리고, 법무부가 검찰 인사권과 감찰권을 더욱 강력하게 행사하면 ‘윤 총장 패싱’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 검찰 내부 “정치 외풍 휩쓸린 ‘숙청 인사’” 비판

법무부는 지난해 7월 말 검사장급 이상 39명에 대한 승진 및 전보 인사를 단행한 지 약 6개월 만에 32명의 검찰 고위직 인사를 냈는데, 조기 인사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 정부 들어 검찰 인사에 대한 외풍을 차단하겠다며 일선 검사들의 필수 보직 기간을 대통령령으로 격상시킨 것과도 배치되는 인사라는 것이다. 검찰청법에 규정된 검찰총장의 의견 청취 절차를 생략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취임 일성으로 강조했던 ‘법치’를 스스로 어긴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법무부는 갑작스러운 ‘물갈이 인사’에 대해 “고검장급 결원을 충원하고 그에 따른 후속 조치를 하기 위한 통상적인 정기 인사”라고만 밝힐 뿐 별다른 이유를 대지 못했다. 고검장급 결원은 5곳에 불과했다.

이번 인사가 실제로는 윤 총장에 대한 불신임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윤 총장과 함께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지휘해온 대검 간부들은 대부분 좌천됐다. 조 전 장관 일가 수사를 지휘해온 한동훈 대검 반부패부장(47·27기)은 부산고검 차장,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 수사를 이끈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54·26기)은 제주지검장으로 전보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등 검찰개혁 법안 대응을 담당했던 이원석 대검 기획조정부장(51·27기)은 수원고검 차장에 전보됐고, 조상준 대검 형사부장(50·26기)은 서울고검 차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58·23기)은 고검장으로 승진해 법무연수원장으로, 강남일 대검찰청 차장(51·23기)은 대전고검장으로 각각 전보됐다.

윤 총장에 대한 비토 인사가 단행되자 검찰 안팎은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다. 특히 국정농단 등 적폐 수사를 이끌어온 대검 참모진이 일거에 좌천되자 우려했던 정치적 외풍이 현실화됐다는 반응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전 정권 사람들 수사할 때는 치켜세우다가 현 정권 인사를 수사하니 내치는 게 말이 되냐”고 했다.

신동진 shine@donga.com·황성호·김정훈 기자

#추미애 법무부장관#윤석열 검찰총장#검찰 인사#좌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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