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안정감” “황교안 정권견제”… 빅매치說에 종로 들썩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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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100일 전쟁]
“李총리, 현실인식 뛰어나 지지”… “黃대표, 정치인 때 덜묻어 호감”
중도보수 많지만 젊은층 유입 늘어… “野 통합의 정치력 더 보여줘야”
“與 국민 목소리 더 반영” 주문도

4·15총선을 100일 앞두고 이낙연 국무총리(왼쪽)와 총리 출신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서울 종로 ‘빅 매치’ 성사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6월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6·25전쟁 제69주년 행사에서 이 총리와 황 대표가 악수하고 있다. 뉴스1
4·15총선을 100일 앞두고 이낙연 국무총리(왼쪽)와 총리 출신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서울 종로 ‘빅 매치’ 성사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6월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6·25전쟁 제69주년 행사에서 이 총리와 황 대표가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종로는 원래부터 보수 지역이죠.”(탑골공원에서 만난 도모 씨·58)

“이제 선거에서 인물 보고 뽑으려고요.”(혜화동에 사는 곽모 씨·30)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 2위를 달리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간의 맞대결 가능성이 무르익으면서, 6일로 총선 100일을 앞둔 서울 종로가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종로는 역대 의원 중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 등 두 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전통의 정치 1번지. 여기에 이 총리와 황 대표의 ‘빅매치’ 가능성이 커지면서 서울은 물론 전국의 판세를 가를 핵심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5일 휴일을 맞아 만난 종로 지역 유권자 20여 명은 전·현직 총리의 출마설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대체로 여야 대표급 후보들의 출마를 반기는 분위기였다. 종로구민들이 등산로로 많이 이용하는 인왕산 둘레길에서 만난 임영자 씨(75·여)는 “이 총리가 사람이 안정감이 있고 막말을 안 한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강모 씨(49)는 “현 정권의 경제 정책이 불만이긴 하지만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는 심정으로 마무리는 잘되길 기원한다. 정부의 한 축이었던 이 총리를 지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박민우 씨(38)는 “황 대표는 정치인의 때가 덜 묻고 정직한 사람”이라고 했다. 인근 교회 신자인 김모 씨(40)는 “이 정부 들어 일자리도 줄어들고 남북문제도 불안하다. 전광훈 목사 등과 가까운 게 좀 마음에 걸리지만 그래도 황 대표를 지지한다”고 했다.

교남동 경희궁자이 아파트는 3년 사이 약 2500가구가 새롭게 입주했다. 30, 40대 젊은층과 노년층이 엇비슷한 비율로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주민수도 많고 외부 주민들이 대거 유입돼 여야의 종로 승부를 가를 핵심 지역으로 꼽힌다. 여기 사는 직장인 이모 씨(42)는 “이 총리가 말하는 걸 보면 현실 인식이 뛰어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능력이 있다”고 호감을 나타냈다. 반면 공무원 이모 씨(57·여)는 “문재인 정권이 갈수록 초심을 잃고 무리한 퍼주기와 사법부 장악을 시도하고 있다. 이를 견제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황 대표를 뽑을 것”이라고 했다.

사직동과 평창동은 20대 총선 당시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후보를 이긴 곳. 그만큼 종로구 내에서도 보수적인 지역으로 꼽힌다. 사직동에 24년간 거주한 박모 씨(75)는 “황 대표가 총리나 장관 등 공직 경험이 있고 추진력을 갖췄다”며 “한국당에서 다른 후보가 나온다면 고민하겠지만 황 대표가 출마하면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평창동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모 씨(35)는 “도덕적으로 바로 설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이 총리가 그런 점에서 더 적합하다”고 했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 대한 정치적 주문도 이어졌다. 탑골공원에서 만난 황 대표 지지자 장모 씨(78)는 “야당 통합이 중요한 만큼 통합의 정치력을 더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를 지지한다는 도모 씨(58)는 “문재인 정권이 야당에 대해 이제는 좀 너그러워질 때도 됐는데 너무 심하다. 이 총리가 국민의 목소리를 더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종로구민의 정치성향은 대체로 주민 평균 연령대가 높아 중도 보수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1988년 이후 종로에서 당선된 민주당 계열의 후보는 노 전 대통령과 정세균 의원뿐이다. 다만 정 의원이 재선을 하면서 다져놓은 지역기반이 탄탄해 표밭이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지역별로는 창신동 숭인동은 민주당이, 평창동 사직동 등은 한국당 지지세가 강한 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 의원이 보수층을 집중 공략해 놓은 데다 새로 유입된 젊은층 인구 등을 감안했을 때 해볼 만한 지역”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자영업자 등 경제상황에 민감한 이들이 전에 없이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후보만 일찍 결정된다면 이길 수 있다”고 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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