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변화’에 적극적인 뉴리더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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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100년을 준비합니다 / 다음 100년 키우는 재계 뉴 리더]
애플 테슬라 등 테크기업 성장에 ‘변하지 않으면 무너진다’ 위기감
이재용 메신저 실시간 보고 선호… 최태원 직원들과 100회 행복토크

2007년 아이폰의 등장과 함께 급성장한 미국의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과 중국의 ‘BATH(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는 제조업 기반으로 성장한 한국 대기업들에 새로운 숙제를 안겨줬다.

2010년을 전후해 경영 전면에 나선 한국 재계의 ‘뉴 리더’들은 글로벌 테크 공룡의 탄생과 성장을 지켜봤다. 재계 뉴 리더들은 전통의 강자였던 제너럴모터스(GM)가 시가총액 순위에서 테슬라에 밀리고, 월마트가 아마존으로부터 위협받는 등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현장을 목격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2)이 삼성전자 경영기획실 상무보로 첫 임원이 되던 2001년에 휴대전화 시장의 압도적 강자였던 노키아는 스마트폰 시장에선 존재감이 없어진 반면 통신장비 시장에서 2위로 치고 올라왔다.

‘변하지 않으면 오늘의 대기업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뉴 리더들로 하여금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변화)’에 발 벗고 나서게 한 원동력이다.

특히 삼성 이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50),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52) 등은 1980년대에 대학을 다녔고 1990년대에 미국 유학길에 오르면서 FAANG이 등장할 수 있었던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미국 문화를 접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들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 단체나 전통의 재계 인사들과 교류하던 아버지 세대와 달리 새 네트워크를 쌓는 데도 적극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뉴 리더들은 벤처 1세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플루언서, 글로벌 스타트업 창업가 등과 소통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뉴 리더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페이퍼 업무’가 확 줄었고, 출장길마다 대다수 임원이 마중하고 배웅하던 관행도 구시대 유물이 됐다. 실제로 삼성 이 부회장은 e메일과 메신저 등을 통해 임직원들로부터 실시간 보고를 받는 것을 선호한다. 현대차 정 수석부회장은 가방을 메고 혼자 공항에서 줄을 선 모습이 목격자의 SNS에 오르기도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60)은 지난해 직원들과 100회의 ‘행복토크’를 진행했다. 행복토크를 위해 국내 각지와 해외 사업장을 오가며 이동한 거리만 3만9580km, 지구 한 바퀴 수준이다. 구광모 ㈜LG 대표(42)는 취임 이후 첫 공식 대외 행보로 연구개발 석·박사 초청 행사인 ‘테크 콘퍼런스’를 찾아 실무진과 격의 없이 대화했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37)과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38)은 떠오르는 30대 뉴 리더로 꼽힌다. 밀레니얼 세대로서 조용한 혁신에 나서고 있다는 평이 그룹 안팎에서 나온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대기업#뉴 리더#리더십#디지털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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