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담금 대미 협상카드?…원주·부평·동두천 미군기지 4곳 즉시 반환 합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1일 17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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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가 11일 서울 용산기지 반환 협의에 착수하는 한편 캠프롱(강원 원주) 등 4개 미군기지의 즉시 반환에 합의한 것은 이 문제를 더 방치할 경우 ‘동맹 악재’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2002년 최초 합의 이후 오염 치유 문제로 지지부진한 미군기지 반환 문제를 더 끄는 것이 양국에 득이 될 게 없다는 데 미국도 공감했다”고 밝혔다. 기지 내 유류, 중금속으로 인한 토양오염이 빗물 유입 등으로 매년 6~7%씩 확산되는 상황에서 차일피일 미루면 오염정화 비용 급증 등 부작용만 커질 수 있다는 것.

이날 반환된 4개 미군기지의 오염정화 비용만 11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4개 기지의 오염정화를 하고, 비용 부담 문제는 미국과 계속 협의하기로 했다.

앞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8월 말 조기 반환을 요구한 26개 미군기지의 전체 정화비용은 1조 5000억 원을 웃돌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기지 반환의 장기 지연에 따른 해당 지역민들의 불만과 지역 개발 지체 등도 정부로선 무시하기 힘든 부담이다.

이와 함께 정부의 미군기지 조기 반환 추진은 ‘대미 협상카드’라는 분석이 많다. 우선 미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의 견제 포석이라는 것이다.

미국이 작년 대비 5배의 방위비 증액안(약 48억 달러)을 고수해 방위비 협상이 결렬 위기에 처할 경우 정부가 미군기지 오염치유 비용으로 상쇄하는 방안을 미국에 ‘역제안’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향후 한미 간 기지 반환 협상에서 오염치유 비용 문제가 방위비 협상과 연계될 개연성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용산기지 반환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도 직결돼 있다. 앞서 한미는 2014년 전작권 전환 때까지 한미연합사령부의 용산기지 잔류에 합의했다. 이후 정부는 기지 내 한미연합사령부를 2021년 말까지 캠프 험프리스(평택 기지)로 이전하는 것을 목표로 미국과 협의 중이다. 주한미군사령부·미8군사령부·유엔군사령부는 이미 평택기지로 옮긴 상태다. 마지막 남은 한미연합사까지 옮겨가면 용산기지의 반환 토대가 마련되는 셈이다.

군 소식통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위해선 연합사의 조속한 이전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용산기지 반환 작업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서울의 심장부인 용산의 오랜 세월에 걸친 외국군 주둔 시대를 마감하고, 현 정부 임기 내 용산 민족공원의 첫 삽을 뜨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미국이 자국 법률에 근거한 ‘KISE 원칙’을 들어 오염치유 비용 부담 거부를 고수중이어서 협의에 난항이 예상된다. 공공안전 및 인간건강, 자연환경에 급박한 위협이 있는 오염 발생 외엔 미 정부가 정화 비용을 내지 않겠다는 것이다.

미국 군대의 시설 반환 시 원상회복이나 보상 의무를 면제한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의 관련 조항도 정부로선 불리한 대목이다. 정부 관계자는 “향후 미국과의 반환 협의 과정에서 해당 기지들의 정확한 오염 실태를 파악하고, 구체적인 치유 책임과 관련 근거, 비용을 미국에 제안하는 등 적극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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