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미리 봐서 혜택 얻은 것 아니냐” 불안감 호소하는 수험생-학부모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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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점수 사전 유출]
“먼저 아는 건 형평성에 어긋나”… 대입제도 불신 더욱 커져
“부정확인 0점 처리를” 靑청원도

수험생 312명이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을 미리 확인한 사실이 알려지자 수험생과 학부모 사이에서는 격앙된 반응이 쏟아졌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다른 수험생의 성적을 본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누군가 보이지 않는 혜택을 얻은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번에 수능을 치른 고3 수험생은 2일 “다른 사람이 먼저 성적표를 봤다고 해서 내 성적이 바뀌는 건 아니다. 하지만 모두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가 먼저 확인했다는 건 형평성에 어긋나는 문제다”라고 말했다. 다른 고3 수험생은 “물론 자기 성적만 갖고서 정확한 정시 전략을 세우기 어렵다. 그래도 다른 수험생보다 고민하고 생각할 시간이 더 많아진 건 사실 아니냐”고 지적했다.

성적 유출이 지난달 30일이나 1일 오전에 발생했을 경우 자칫 수험생 전체가 피해를 볼 수 있었다며 비판하는 수험생도 있다. 이틀간 여러 대학에서 수시 논술과 면접, 적성고사가 실시됐고, 일부 수험생은 대학을 옮겨 다니며 평가에 참가했다. 한 수험생은 “성적을 미리 알면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 여부를 파악할 수 있어 어느 대학의 논술이나 면접에 참가할지 선택할 수 있다”며 “다른 수험생보다 시간과 돈, 체력을 아낀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2일 ‘수능 성적표 부정 확인한 인원 전원 0점 처리 바란다’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불법적으로 획득한 정보로 면접 및 논술에 갈지 안 갈지를 결정했다면 법을 준수한 일반 수험생은 피해를 본다”고 지적했다.

다만 엇갈린 반응도 나왔다. 문제를 유출한 것이 아니고 집단 부정행위로 볼 수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 졸업생은 처음 정보가 유출된 인터넷 카페에 “조회 방식을 알려준 사람 덕분에 나도 성적을 미리 봤다.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 맞춘 거 확인했다”는 글을 올렸다. 성적 조회 방식을 알려준 누리꾼에게 ‘고맙다’는 글을 올리는 수험생도 있다.

성적 유출로 인한 피해 여부를 떠나 대입제도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고3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학종 비리로 화가 난 상태인데 수능 성적까지 유출되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학부모는 “몇 년 전부터 소문이 돌았는데 진짜로 이렇게 뚫릴 줄 몰랐다”며 “국가가 기본적인 보안 시스템 관리도 못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예나 yena@donga.com·강동웅 기자
#수능 점수#사전 유출#수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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