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美와 멀어지고 中과 밀착 가능성”…지소미아 사태로 커지는 경계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5일 16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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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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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문제로 증폭됐던 한미 갈등으로 양국 간 신뢰 손상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한국이 중국에 밀착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 지소미아 사태가 한국이 장기적으로 미국 아닌 중국 쪽으로 경도될 것이라는 미국의 전망과 불신을 키우는 분위기다.

워싱턴포스트(WP)는 24일(현지 시간) 한중 양국 국방장관이 17일 태국 방콕에서 회담을 갖고 군 당국간 핫라인 추가 구축을 추진키로 한 것을 언급하면서 “점점 믿기 힘들어지는 미국에 대한 대비책 성격이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중 간 동맹의 시작이라기보다는 미국과의 협상을 위한 한국의 압박 전술 성격이 더 커 보인다”는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미국의 주요 언론이 한중 고위급 교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올리비아 시버 선임연구원은 이날 ‘더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올린 글에서 “한국인들이 점점 미국과 공동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지 않다고 느낀다”며 그 사례로 한중 간 군사합의를 거론했다. 앞서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과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도 WP 기고문에서 한중 국방장관의 핫라인 설치 논의를 놓고 “한미동맹 약화의 또 다른 불길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워싱턴 일각에서는 한국이 중국과의 ‘3不(불) 합의(사드 추가 도입 불가, 미국 미사일방어체계 불참, 한미일 군사동맹 불가)’를 위해 어차피 지소미아를 파기할 생각이었던 게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왔다. 외교소식통은 “한국 정부가 한미일 삼각동맹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중국에 약속해놓고 한미일 협력을 위한 지소미아를 유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그런 관점에서 한국이 미국만큼 지소미아 유지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보는 사람들이 트럼프 행정부 내에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다음달 한국을 방문하게 되면 이런 워싱턴의 의심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왕 외교부장은 2015년 3월 한국을 방문한 이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를 놓고 양국 관계가 악화되면서 이후 방한한 적이 없다. 4년 6개월 만에 그의 방한이 성사될 경우 한중 관계 개선의 본격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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