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조국 본인이 책임질 명백한 위법행위 확인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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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조국 임명 강행]임명식서 이례적 대국민 메시지

장관급 7명에 임명장 수여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등 장관급 인사 7명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대국민 메시지를 밝히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발언의 대부분을 조 
후보자 임명 배경 및 권력기관 개혁 의지를 밝히는 데 할애했다. 앞줄 왼쪽부터 은성수 금융위원장,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조 장관,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장관급 7명에 임명장 수여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등 장관급 인사 7명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대국민 메시지를 밝히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발언의 대부분을 조 후보자 임명 배경 및 권력기관 개혁 의지를 밝히는 데 할애했다. 앞줄 왼쪽부터 은성수 금융위원장,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조 장관,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조국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직후 발표한 대국민 메시지를 “국민께 먼저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는 말로 시작했다. 문 대통령이 장관 임명과 관련해 대국민 메시지를 낸 것도, 임명 강행에 대해 사과한 것도 모두 처음이다.

조 장관 임명을 반대하는 거센 여론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조 장관의 임명을 밀어붙였다. ‘조국 카드’를 포기할 경우 정권 차원에서 너무나 많은 것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 고심 끝에 ‘검찰 개혁’ 택한 文


전날 밤늦게까지 장고를 거듭하던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조 장관의 임명을 재가했다. “문재인 정권의 제1가치인 공정이 무너졌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권력 기관 개혁의 상징성을 지닌 조 장관을 택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권력 기관 개혁을 가장 중요한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고, 그 공약은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았다”며 “(개혁의) 의지가 좌초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조 장관 본인은 물론이고 부인, 딸, 아들, 전 제수씨 등 온 가족이 얽혀 있는 숱한 의혹에도 불구하고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정면 돌파를 선언한 것이다.

무엇보다 한 달을 끌어오다 이 시점에서 조국 카드를 접을 경우 정권 임기가 아직 절반 이상 남은 상황에서, 특히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국정 운영 동력이 급격히 약화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권 출범 이후 가장 극한의 대치가 펼쳐졌기 때문에 우리가 먼저 발을 뺄 수는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며 “조 장관이 낙마한다면 후보자 한 명을 잃는 수준이 아니라 지지층 여론, 정국 주도권 등 너무나 많은 것들을 잃게 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 “명백한 위법행위 미확인” 명분으로 강행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윤석열 총장이 이끄는 검찰의 수사 때문에 마지막까지 고심했다. 조 장관의 부인 장모 동양대 교수를 기소한 검찰의 수사가 점점 조 장관을 조여 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의혹에 조 장관 본인이 직접 관여한 사실은 없다”는 청와대의 방어 논리와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이런 주장은 향후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 한 여당 의원은 “조 장관 본인이 개입한 사실이 밝혀지면 수습이 불가능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향후 검찰 수사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검찰은 검찰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장관은 장관이 해야 할 일을 해나간다면 그 역시 권력 기관의 개혁과 민주주의의 발전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 권한을 인정하고 개입하지 않겠지만, 검찰도 이제 ‘조국 법무부 장관’에게 지킬 것은 지키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여권 관계자는 “검찰이 향후 조 장관이 행사할 인사권 등 장관 권한을 받아들이라는 뜻도 담겨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 높은 반대 여론에 이례적 ‘대국민 메시지’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이 정면 돌파를 택하면서도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임명 이유를 자세하게 설명한 것은 복잡한 여론 지형 때문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자체 조사를 해보면 문 대통령 지지층에서도 조 장관 임명을 반대하는 여론이 분명히 있었다”며 “조 장관 임명을 반대하는 여론을 묵과할 수도 없어 문 대통령이 직접 양해를 구하고 사과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은 1일에 이어 다시 한번 대입 제도 개선 의지도 밝혔다. 조 장관을 둘러싼 여러 의혹 중 국민이 가장 분노한 지점이 딸의 논문 제1저자 등재 등 입시 관련 의혹이란 점을 알고 있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국민을 좌절시키는 기득권과 불합리의 원천이 되는 제도까지 개혁해 나가겠다”며 “고교 서열화와 대학 입시의 공정성 등 기회의 공정을 해치는 제도부터 다시 한번 살피고, 특히 교육 분야의 개혁을 강력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문재인 대통령#조국#법무부 장관#검찰 조사#검찰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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