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펀드로 웰스씨앤티 지분 취득, 사실상 주식 직접투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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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의혹 파문 확산]법조계 “백지신탁거부죄 정황”


윤석열 검찰총장은 2011년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과장으로 근무하면서 금융감독 관련 부처의 고위 공직자 A 씨를 공직자윤리법상 백지신탁거부죄로 기소했다. 장관급에 발탁된 A 씨는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부인 명의의 주식 4만 주를 한 달 안에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해야 했다. A 씨가 이를 피하기 위해 지인 명의로 명의 신탁했다는 혐의였다. 윤 총장은 당시에도 주식의 명의자라는 ‘외양’보다 실제 누구 소유인지 ‘실질’을 중시했다.

○ 검찰총장, 8년 전 백지신탁거부죄 기소


서울대 법대 교수였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54)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5월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으로 발탁됐다. 조 후보자의 부인과 자녀는 주식을 팔아 같은 해 7월 사모펀드에 투자했다. 조 후보자는 지난달 장관 지명 이후 사모펀드 투자가 논란이 되자 “주식을 처분한 자금으로 법상 허용되는 펀드 투자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조 후보자의 해명대로 현행법상 고위 공직자 및 가족의 펀드 투자를 막는 규정은 없다. 펀드는 주식 투자와 달리 운용사가 알아서 투자하는 간접 투자 방식이라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하지만 조 후보자 가족 명의로 10억5000만 원이 투자된 사모펀드는 윤 총장의 8년 전 수사 때처럼 백지신탁 거부 혐의로 기소될 가능성이 있다. 조 후보자 측이 사실상 가족이 운영하는 펀드를 통해 중소기업 웰스씨앤티 지분을 취득한 것을 직접 투자로 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무엇보다 조 후보자 가족이 투자한 펀드는 출자자 전원이 조 후보자 가족인 사실상 ‘가족 전용 펀드’였다. 펀드 출자금은 조 후보자 부인과 자녀가 납입한 10억5000만 원, 처남과 처남의 두 아들이 낸 3억5000만 원 등 14억여 원이 전부로 알려졌다. 조 후보자 가족은 전 재산(56억 원)을 넘는 74억5500만 원을 투자하겠다는 약정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투자 행태도 분산 투자와 거리가 멀었다. 이 펀드는 2017년 가로등점멸기 제조업체 웰스씨앤티에 투자해 최대주주가 됐는데 이후 매출이 급증했다. 이 외 다른 투자처는 알려지지 않았다. 웰스씨앤티는 조 후보자가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이후인 2017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 44곳에 모두 177건을 납품한 것으로 확인됐다.

○ 5촌 조카 “10∼20배로 튀길 수 있다” 발언



조 후보자의 5촌 조카 조모 씨가 펀드 운용사인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의 실소유주라는 의혹도 조 후보자 펀드 투자를 사실상 ‘직접 투자’로 보는 시각에 힘을 싣고 있다. 펀드에 은행 등 금융기관을 통해 가입한 게 아니고 펀드 대표 역시 가족이라면 일반적인 펀드 운영과는 다르게 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후보자나 부인이 펀드 운용에 영향력을 행사했거나 투자 상황 등을 보고받은 정황 등이 입증되면 펀드를 통한 지분 취득을 직접 투자로 의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 측은 부인이 주식 매각 대금의 대체 투자처를 알아보던 중 조 씨 소개로 펀드에 가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 후보자 처남이 주식을 사기 열흘 전 조 후보자 부인이 동생에게 3억 원을 송금하면서 입·출금 표시에 ‘KoLiEq’라고 적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KoLiEq를 코링크PE의 약어로 추정하며 실제로는 조 후보자 부인이 코링크PE에 지분투자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조 후보자는 5촌 조카 조 씨에 대해서도 “투자대상 선정 및 펀드운영 일체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조 씨가 코링크PE 투자처 선정 및 투자 계획에 적극 관여했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2017년 1500억 원 규모의 서울지하철 공공와이파이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PNP플러스 컨소시엄에 따르면 조 씨는 PNP 측에 “돈을 10배수, 20배수로 튀길 수 있으니 지분을 코링크PE 측에 넘기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PNP 관계자는 “조 씨가 코링크PE 측이 10억∼20억 원의 자금을 대는 조건으로 지분을 넘기면 자본금을 100억 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우회상장과 증자 등 가치 부풀리기 방법을 제시했다”며 “조 씨 말대로 뻥튀기를 하면 나중에 검찰 수사를 받을 것이 두려워 거절했다”고 밝혔다.

신동진 shine@donga.com·김예지·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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