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횡설수설/구자룡]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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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헤지펀드 운영사인 ‘퀀텀 펀드’의 조지 소로스 회장이 비난의 대상이 됐다. 아시아 각국이 통화 가치 폭락으로 난리가 났는데 환란 와중에 엄청난 차익을 챙겼기 때문이다. 퀀텀 펀드 같은 헤지펀드는 통상 소수의 투자자 자금을 모아 투자하는 사모펀드다. 한국은 2004년에서야 사모펀드 제도가 도입됐다. 외환위기 당시엔 외국 사모펀드가 헐값에 쏟아진 한국 기업이나 부동산을 헤집고 다니는 걸 눈 뜨고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사모펀드는 막강한 자본 및 정보력으로 부실한 기업의 지분이나 핵심 자산을 사들여 기업 가치를 높인 뒤 되판다. 해당 기업은 건전한 기업으로 회생해서 좋고, 투자자들은 고수익을 올려 좋은 경우가 많다. 반면 지배구조가 취약한 기업의 지분을 일부 확보해 경영권을 흔드는 악명 높은 사모펀드 행태도 있다. 공모펀드는 투자절차가 까다롭고 투명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대상에 제약이 많다. 사모펀드는 돈이 되는 것이라면 가리지 않고 신속 과감하게 투자한다. ‘자본 시장의 꽃’이면서 ‘포식자’라는 두 얼굴을 가졌다.

▷지난해 말 순자산 기준 국내 사모펀드 시장은 331조 원으로 공모펀드 214조 원을 넘어설 만큼 급성장했다. 증권투자회사법상 50인 미만이 가입해 운영되는 사모펀드는 유명 펀드매니저를 찾아 돈을 맡기거나 알음알음 소개받아 가입한다. 고위 공직자나 연예인, 재벌가 자제 등이 자산을 묻어두는 경우도 있다. 펀드 투자의 본래 취지와는 다른 용도로 활용되기도 한다.

▷사모펀드는 투자자 사이의 약속이 중요하다. 이를 어기면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부모와 자녀들로만 구성된 펀드라면 부모가 투자 약속을 지키지 않아 위약금을 내면 자녀들에게 돌아간다. 투자자끼리 주고받은 위약금이니 증여세를 낼 필요가 없다. 일반인들로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절묘한 절세방법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가입한 펀드는 친족으로만 구성돼 있고 그의 자녀 두 명도 포함돼 있다.

▷조 후보자는 ‘블라인드 펀드’(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은 채 모집)에 가입했다고 하지만 업계에서는 ‘블라인드 투자’라도 ‘쿠킹(cooking)’이라고 부르는 수익을 낼 만한 투자 계획을 마련한 뒤 투자자를 모집한다고 한다. 조 후보자가 2017년 5월 민정수석이 된 뒤 가입한 사모펀드 코링크PE는 주로 관급공사나 국가지원 산업에 투자해 매출을 2배 가까이 늘렸다고 한다. 펀드 운용자의 실력이 출중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요소가 위력을 발휘한 것인지 검찰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

구자룡 논설위원 bonhong@donga.com
#사모펀드#투자#공모펀드#블라인드 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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