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의 무역전쟁 ‘검은 월요일’ 공습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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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2.56%-코스닥 7.46% 폭락… 환율 1200원 돌파
美中전쟁-日과 갈등 겹친 한국, 亞금융시장중 가장 큰 충격
1달러=7위안 깨져… 美中 무역 이은 환율전쟁 공포 확산

하루새 시총 49兆 증발 미중 무역 갈등의 여파로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5일 한국 증시와 외환시장에서 주가와 환율이 요동쳤다. 이날 코스피는 3년 1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마감됐고, 원-달러 환율은 3년 5개월 만에 최고치에 이르렀다.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에서 한 직원이 현황판을 보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하루새 시총 49兆 증발 미중 무역 갈등의 여파로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5일 한국 증시와 외환시장에서 주가와 환율이 요동쳤다. 이날 코스피는 3년 1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마감됐고, 원-달러 환율은 3년 5개월 만에 최고치에 이르렀다.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에서 한 직원이 현황판을 보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미중 무역전쟁 여파가 5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금융시장을 덮쳤다. 무역질서 재편을 놓고 맞붙은 미중 갈등이 국제 교역 축소는 물론이고 환율전쟁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주식과 외환시장이 블랙 먼데이(검은 월요일)에 빠져들었다. 한국 금융시장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대상국) 배제 조치의 충격까지 더해져 아시아권에서 가장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7.3원(1.44%) 오른(원화 가치 하락) 달러당 1215.3원에 거래를 마쳤다. 2016년 3월 2일(1227.5원) 이후 약 3년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원화 가치가 하루에 17원 이상 떨어지기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로 국제 금융시장이 흔들렸던 2016년 6월 24일(29.7원) 이후 처음이다.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변동성이 커졌던 원화 가치는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에 중국이 맞대응을 예고하자 급락했다. 여기에 중국 위안화가 홍콩 역외시장에서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진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서자 낙폭이 급격히 커졌다. 중국 외환당국이 미국과 환율 전쟁에 나설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위안화 움직임과 밀접하게 연결된 원화 가치도 함께 떨어진 것이다.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선 건 11년 3개월 만이다.

증시도 직격탄을 맞았다. 코스피는 51.15포인트(2.56%) 하락한 1,946.98로 거래를 마치며 2016년 6월 28일(1,936.22) 이후 약 3년 1개월 만에 최저점으로 떨어졌다. 코스닥지수는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장중 프로그램 매매를 일시 제한하는 사이드카까지 발동된 끝에 전 거래일보다 7.46%(45.91포인트) 하락 마감하며 2년 5개월 만에 600 선 밑으로 추락했다. 코스닥 낙폭은 등락률 기준으로 2011년 9월 이후 약 7년 11개월 만의 최대치다. 이날 하루 한국 증시에서 사라진 시가총액은 약 49조 원이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1.74%,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62% 하락했으며 홍콩, 대만 등도 하락세를 보였다.

아시아 금융시장이 일제히 흔들린 건 세계 경제를 지탱해 왔던 자유무역 질서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불안감이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무역 선진국으로 여겨졌던 미국과 중국, 일본이 앞장서 무역 질서를 파괴하고 나서자 시장 참여자들이 동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아시아 증시 하락 여파에 미국과 유럽 주요 증시도 개장과 함께 1, 2%대 하락 출발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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