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부품 재고 90일치 확보 전쟁… 3차 협력업체까지 점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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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2차 경제보복]

주말 잊은 ‘소재부품 지원센터’ 3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 마련된 ‘소재부품 수급 대응 
지원센터’에서 토요일임에도 직원들이 나와 회의를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 
22일부터 대응지원센터를 운영 중이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주말 잊은 ‘소재부품 지원센터’ 3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 마련된 ‘소재부품 수급 대응 지원센터’에서 토요일임에도 직원들이 나와 회의를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 22일부터 대응지원센터를 운영 중이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4일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4대 그룹은 주력 계열사 구매팀을 중심으로 주말에도 비상근무 체제를 유지했다. 일본 수출 규제 대상이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서 화학, 기계, 자동차부품, 비금속(보통금속) 등 사실상 거의 모든 산업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주로 1∼3차 협력사와 함께 일본에서 수입하는 소재나 부품이 있는지 전수조사와 함께 지난달부터 핵심 소재 재고 확보에 나선 상태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아예 국산화 및 다변화 태스크포스(TF) 등을 꾸려 일본산 소재를 대체할 국내외 업체를 찾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일본의 1차 수출 규제 당시에는 3개 품목(에칭가스,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영향만 체크하면 됐다. 지금은 일본의 1194개 품목과 우리 제품에 들어가는 일본산을 대조해 가는 전수조사를 끝냈고, 현재 재고 확보와 대체 가능 제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어디에서 터질지 모르는 게 가장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 “90일 버텨 보자” 재고 확보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LG디스플레이, 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들은 구매팀을 중심으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대비해 재고 확보전에 돌입해 왔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주문에 따라 반도체는 물론이고 모든 제품군 1차 협력사에 이달 15일까지 90일 치 일본산 재고를 확보해 달라고 공문을 보낸 상태다. LG전자도 최근 국내 협력사에 공문을 보내 “일본산 소재 및 부품에 대한 안전 재고를 확보해 달라”는 공문을 전달했다.

일본의 1차 수출 규제에 직격탄을 맞은 반도체 업계는 블랭크마스크, 웨이퍼 등 핵심 재고량을 급격히 늘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품목당 최대 90일의 수출 허가 기간을 가정해 일본 의존도가 높은 소재 재고를 축적한 상태다”라며 “문제는 90일이 넘어도 일본 소재가 들어오지 않으면 최악의 생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일본의 수출 규제 문제가 처음 불거진 지난달 초부터 협력업체(부품사)를 대상으로 실태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수소자동차 수소연료탱크에 들어가는 탄소섬유에 효성첨단소재 제품을 테스트한 결과, 대체가 일부 가능하다고 결론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소경제는 현재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이번 사태와 별개로 주요 기술에 대한 국산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고 밝혔다.

○ “생산라인 가동 중단” 검토도


경기 침체에 일본 수출 규제로 인한 불확실성이 겹치자 아예 생산라인 가동 중단을 검토하는 곳도 있다. 국내 최대 공작기계 회사인 두산공작기계는 최근 1차 협력사 30여 곳과 함께 사실상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11, 12월 중 생산라인 가동 중단이 검토된 것으로 전해진다. 공작기계 제작에 쓰이는 필수 부품 ‘수치제어반’을 대부분 일본 기업 ‘화낙’에서 들여올 만큼 일본 의존도가 높은데 일본의 수출 규제로 부품 수급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두산공작기계 협력업체 중 한 곳인 A사 관계자는 “지난달 열린 협력사 워크숍에서 절대 무리한 투자를 하지 말라는 주문과 함께 공장 가동 중단을 하면 어떻겠느냐는 논의가 있었다”며 “연례행사지만 사실상 ‘대책회의’ 성격이 짙었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에서 쓰이는 공작기계 핵심부품인 수치제어반의 일본 의존도는 91.3%(2018년 기준)에 이를 만큼 일본 의존도가 높다. 1위 일본과 2위 독일(5.0%)의 격차가 상당한 상태다.

당장 일본이 수치제어반 관련 수출 규제를 시작한다면 국내 업체들로서는 대체재를 마련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수치제어반은 기계의 ‘뇌와 신경전달 장치’에 해당할 만큼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서동일 dong@donga.com·김도형·지민구 기자

#경기 침체#일본 수출 규제#재고 확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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