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방북 날, 北 겨냥해 당근과 채찍 동시에 내보인 美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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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시진핑 평양 정상회담]비건 “北-美 유연한 접근 필요성 이해
실무팀 다음엔 협상권한 갖고 와야”… 北과 대화 재개 유화적 메시지
4시간 뒤 러시아 금융사 제재 발표… 中소재 북한회사 지원한 혐의
밀착하는 北-中-러 3국에 경고

마주 앉은 北-中 중국 국가주석으로서는 14년 만에 북한을 방문한 시진핑 국가주석이 20일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이날 오후 메인 뉴스에서 양국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건설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내용의 회담 소식을 상세하게 전했다. CCTV가 북-중 정상회담 내용을 
당일 저녁에 보도한 것은 이례적이다. 중국중앙(CC)TV 화면 캡처
마주 앉은 北-中 중국 국가주석으로서는 14년 만에 북한을 방문한 시진핑 국가주석이 20일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이날 오후 메인 뉴스에서 양국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건설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내용의 회담 소식을 상세하게 전했다. CCTV가 북-중 정상회담 내용을 당일 저녁에 보도한 것은 이례적이다. 중국중앙(CC)TV 화면 캡처
미국 재무부가 19일(현지 시간)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혐의로 러시아 금융회사를 제재했다. 시차를 고려하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평양을 방문하는 당일 이른 시간에 제재를 발표한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의 비핵화 실무협상 요구를 외면한 채 중국 및 러시아와 밀착하는 북한을 향한 경고로 해석된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이날 북핵 협상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통해 ‘유연한 접근(flexible approach)’ 가능성을 열어두며 유화적 메시지도 동시에 발신했다.

○ 3개월 만에 다시 나온 대북제재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북한의 금융제재 회피를 도운 혐의로 ‘러시안 파이낸셜 소사이어티’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미국의 제재 대상인 중국 소재 ‘단둥중성 인더스트리&트레이드’와 조선아연공업총회사의 북한인 대표에게 은행 계좌를 열어준 혐의를 받고 있다.

러시안 파이낸셜 소사이어티가 2017년부터 단둥중성에 여러 은행계좌를 제공함으로써 북한이 미국과 유엔 제재를 피해 국제금융시스템에 접근하고, 핵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수익 창출에 나설 수 있었다는 게 OFAC의 설명이다. 단둥중성은 북한 조선무역은행이 직간접적으로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회사로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있다. 결국 이번 제재는 북-중-러 3국을 동시에 겨냥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시걸 맨들커 재무부 테러·금융정보담당 차관은 “우리는 러시아와 각지에서 북한과 불법적 거래를 촉진하는 개인 및 기관에 대한 제재 이행을 지속하고 있다”며 “북한의 국제적 금융시장 접근을 지원하는 이들은 중대한 제재 위험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제재는 3월 미 재무부가 중국 해운사 2곳에 대한 대북제재를 발표했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 철회 트윗으로 혼선을 빚은 지 3개월 만에 나온 것.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로서는 대북 추가제재가 필요 없다”고 밝혔던 것과는 달라진 움직임이다.

○ 제재 발표 직전에는 유화 메시지


이에 앞서 북핵 협상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교착 상태인 북-미 간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양측 모두 협상에 있어 ‘유연한 접근’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다. 이것이 외교에서 진전을 보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북한과의 협상 재개를 위해 미국도 어느 정도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이례적 뉘앙스여서 주목받았다. 그가 이날 워싱턴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이 동아시아재단과 개최한 전략대화 행사의 기조연설에서 이를 언급한 것은 재무부 제재 발표 4시간 전이었다.

그는 다만 북한과의 실무협상 재개 조건과 관련해 “대화의 전제조건은 따로 없다”면서도 “의미 있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의 검증이 있어야만 진전이 가능하며, 이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북측 협상 카운터파트였던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가 아무 권한이 없어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 진전이 없었음을 지적하며 “북한 측 실무 협상팀이 우리와 다시 만날 때는 모든 이슈에 대해 협상할 권한을 갖고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이날 대북제재와 유화적 메시지를 동시에 내보낸 것은 북한을 향한 강온양면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오지만 트럼프 행정부 내 강경파와 대화파 간 정책 혼선 재연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시진핑#김정은#평양 정상회담#미국#대북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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