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위기감? ‘적자’ 미리 꺼낸 정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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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 예고

정부가 31일 비공개 회의인 ‘녹실회의’ 이후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통해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수출 감소 추이가 예상보다 심각한 상황임을 보여준다. 국회의 추가경정예산 처리를 압박하기 위해서라는 관측도 있지만 기획재정부는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확정통계가 나오기 전에 미리 경고 메시지를 준 측면이 있다고 했다.

정부는 경상수지 적자가 4월 한시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는데 무게를 두고 있지만 시장 평가는 이보다 비관적이다. 박성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협상이 장기화하면 국내 반도체 수출 회복이 더뎌져 경상수지 적자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일시적으로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되더라도 외환시장 불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면서도 “상품수지 악화가 구조적으로 지속되고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면 외국인 자금 이탈이 가속화돼 외환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경상수지 적자가 특히 우려되는 건 대기업들의 1분기(1∼3월) 실적이 악화하는 등 기초체력이 소진되고 있는데다 내수 여건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4월 생산과 투자가 두 달 연속 증가했고,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10개월 만에 하락세를 멈췄다는 점에서 저점을 찍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소매판매가 줄어든 데다 정부가 밝혔듯 5월 수출도 전년 대비 마이너스(―)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이에 따라 재정 확대와 함께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미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는 모양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국고채 3년물과 5년물, 10년물 금리는 각각 1.587%, 1.605%, 1.682%로 마감하며 연중 최저점을 갈아치웠다. 특히 초장기물인 30년물과 50년물도 기준금리(1.75%) 밑으로 떨어졌다.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도 금리인하로 방향을 틀고 있다. 호주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한 데 이어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끈질긴 압박에도 금리를 동결해왔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금리인하 검토 가능성을 시사했다. 30일(현지 시간)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은 뉴욕 경제클럽 연설에서 “만약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지속적으로 밑돌거나, 세계 경제 및 금융 전개 상황이 우리의 기준 전망에 비해 중대한 하방 위험을 나타내면 현재 금리에 대한 입장을 재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1.75%로 동결했지만, 금통위 내 대표적인 비둘기파로 꼽히는 조동철 금통위원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춰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주열 한은 총재는 “소수의견은 말 그대로 소수의견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이날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0.3%)를 보이는 등 부진했지만, 소비를 중심으로 점차 성장세가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 들어 수출과 투자도 회복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신민기 minki@donga.com / 세종=송충현 기자
#경상수지#녹실회의#수출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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