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포용 국가’ 가속페달 밟다가 재정건전성 훼손해서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1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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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청이 어제 세종시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향후 5년간의 재정운용 방향을 논의했다. 재정전략회의는 중기 국가재정운용 계획을 수립하는 재정분야 최고위급 의사결정회의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혁신적 포용국가에 시동을 걸었다면 이제는 가속페달을 밟아야 할 때”라면서 “저성장과 양극화, 일자리, 저출산·고령화 등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재정의 과감한 역할이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2017년 향후 5년간의 지출 증가율을 연평균 5.8%로 잡았다가 작년에는 연평균 7.3%로 올렸다. 이에 따라 정부 예산 규모는 지난해 429조 원에서 올해 470조 원으로 크게 늘었다. 국가부채도 사상 처음 1700조 원에 다가서는 등 빠르게 늘고 있다. 정부가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함에 따라 정부 지출은 더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전쟁과 산업 경쟁력 저하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지금 재정 확장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미래 먹을거리 마련에 투자해 성장잠재력이 높아지고 세수 증가로 이어진다면 바람직한 선순환이 될 것이다. 그러나 재정을 풀었지만 소모적으로 사라지고 경제 활력을 살리지 못한 채 다시 세금에 의존하게 되는 경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정부의 재정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1분기(1∼3월) 25조2000억 원 적자를 나타냈다. 기획재정부는 재정 적자 마지노선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3%로 잡았는데, 이런 추세라면 예상보다 이른 2022년 ―3%를 넘을 수가 있다. 국책 연구기관인 KDI는 “이대로라면 2020년대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시적 경기부양을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을 장기간 반복하다가는 재정 부담만 가중될 수 있다고도 했다. 규제, 노동환경 등 제도 개선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충고를 새겨들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포용 국가#국가재정전략회의#재정운용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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