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탁자委 일부 자격논란… 제재장치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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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株 위임받은 채로 관련 회의 참석해 이해상충 논란
정부, 29일 공정성 방안 논의키로

국민연금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하게 된 건 국민연금의 의결권 자문기구인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결정 때문이다. 15명으로 구성된 수탁자책임위 위원들은 재계, 노동계, 시민단체, 정부 등이 추천했다. 당초 취지는 추천 기관의 이해를 대변하되 협의를 통해 결정을 이끌어내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일부 위원은 기업과 직간접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상태에서 위원회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수탁자책임위 위원인 김경률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은 참여연대로부터 대한항공 주식 2주에 대한 의결권을 위임받았다. 김 소장은 26일 조 회장 연임을 반대하는 쪽으로 발언권을 행사했다. 또 다른 위원인 이상훈 서울시복지재단 이사장(변호사)도 대한항공 주식 1주를 갖고 있다. 이 이사장은 조 회장의 이사 연임을 막기 위해 의결권 대리 행사 권유 활동도 벌였다. 다만 그는 이해상충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이날 회의에선 빠졌다.

국민연금 안팎에서는 이날 김 소장의 발언권 행사를 두고 수탁자책임위 운영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수탁자책임위 위원들은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를 회피해야 하며 모든 회의 전에는 관련 기업 주식 보유 여부 등 체크리스트를 작성하고 서약서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한 위원은 “주주권을 위임받은 것도 보유한 것과 다름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경제적 실익뿐 아니라 정파적 이익까지도 이해관계에 포함되는 만큼 해당 위원들을 회의에서 배제했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규정 위반 시에도 제재할 장치가 없어 이런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29일 개최되는 기금운용위에서 수탁자책임위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지킬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대한항공 주주총회#조양호 회장#수탁자책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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