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 궤도이탈 우려 ‘제재 숨고르기’… 최대압박 일단 제동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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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부 제재 다음날 “추가제재 철회”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를 철회했다는 내용의 22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글은 재무부가 단행한 대북제재에 발끈한 북한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에서 전격 철수한 지 약 17시간 만에 올라왔다. ‘당분간 더 제재하지 않겠다’는 메시지에는 북한을 달래면서 다시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北의 도발 차단에 직접 나선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북한이 “비핵화 협상 중단을 검토할 수 있다”는 위협과 함께 도발 모드로 돌아갈 조짐을 보이자 직접 상황 관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예정된 실무 부처의 대북제재 부과 방침을 철회해 대북 압박 수위를 조절했다는 것이다. 익명의 외교 소식통은 워싱턴포스트에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북-미 교착 상태가 계속되면) 대북제재를 강화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제재 강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며 추가 제재에 부정적인 뜻을 밝힌 바 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트위터 내용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좋아하며, 이런 제재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 제재를 유지하되 북한이 도발하지 않도록 하는 선에서 상황을 관리하며 북한의 대응을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날 로버트 뮬러 특검이 법무장관에게 ‘러시아 스캔들’ 관련 최종 수사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야당 공세가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대외적 상황 관리가 절실한 시점이다.

○ 부정확한 트위터 메시지로 혼선 가중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글은 잠시 동안 큰 혼선을 빚었다. 재무부가 전날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중국 해운사 2곳에 부과한 제재 시점이 ‘오늘’로 돼 있고 ‘이런 제재들을 오늘 취소시켰다’고 돼 있어 하루 만에 제재를 전격 철회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미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21일 발표한 제재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물론이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공개적으로 그 의미를 강조한 대북 압박 조치였다. 이를 두고 언론의 질의가 빗발쳤지만 백악관과 재무부 당국자들은 언론의 확인 요청에 제때 대답하지 못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글이 올라온 지 3시간쯤 지난 뒤에도 당국자들은 “우리는 허를 찔린 상태”라고 토로했다. 외교 소식통을 통해 “기존 제재는 유지된다”는 내용이 확인된 것은 이날 저녁 무렵이었다.

이를 두고 “참모진마저 당황하게 한 외교정책의 혼선”이라는 비판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대북 유화 메시지’로 비핵화 협상의 본질이 흐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볼턴 보좌관 같은 강경파들이 앞장서 강조해온 ‘최대 압박’ 기조에도 일단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행보는 미국의 대북 최대 압박 정책을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23일 “북한이 한미 간 균열 조성을 위한 시도를 강화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은 하노이 회담 후 벽에 부딪혔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미국으로부터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의 핵무기 포기 의사를 부풀려 전했다(oversold)는 비판에 직면했고 북한으로부터는 미국의 입장에 서 있다고 공격당한다는 것이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트럼프#북한#재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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