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취업자 수 26만명 증가 ‘3중 착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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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노인 늘고 30, 40대는 줄어
② 가족 포함되는 농림어업 급증
③ 주 36시간 미만 ‘질낮은 일자리’

2월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26만3000명 증가하며 고용 재난 상황에서 벗어난 듯 보이지만 이는 재정으로 만들어낸 ‘착시효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나랏돈으로 하는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60대 이상 취업자 수는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경제의 허리’로 불리는 30, 40대 취업자 수는 여전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13일 내놓은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60대 이상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9만7000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30대 취업자 수는 11만5000명 감소했고 40대 취업자 수는 12만8000명 줄었다.

이에 따라 각 연령대의 인구 중 취업자 비율을 뜻하는 2월 고용률은 60대 이상이 37.1%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8%포인트 높아진 반면 30대의 고용률은 74.9%로 0.5%포인트 낮아졌다. 지난달 40대 고용률도 1년 전보다 0.2%포인트 낮은 78.3%였다.

통계청 관계자는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 대부분이 2월 취업자 증감에 반영됐다. 60세 이상에서 취업자 증가가 많았는데 그 대부분이 노인 일자리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또 “60대 이상 인구가 보건복지서비스업, 공공행정업에 많이 취업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제로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취업자 증가폭은 23만7000명으로 전체 산업 가운데 가장 많았다. 반면 경제성장에 따라 민간에서 자생적으로 고용이 이뤄지는 제조업(―15만1000명)과 도소매업(―6만 명) 분야에서는 취업자 수가 감소했다. 최저임금의 영향을 많이 받는 도소매업은 2017년 12월(―6만5000명) 이후 15개월 연속 취업자 수가 줄었다.

농림·어업 취업자 수도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1만7000명 증가해 지난달에 이어 10만 명 이상 증가하는 기현상을 이어갔다. 통계청 관계자는 “은퇴 이후 귀촌할 경우 귀촌한 사람의 배우자가 무급가족종사자로 분류돼 취업자로 집계되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농림·어업 취업자 전체를 실질적인 취업자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달 주당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전년 2월보다 44만3000명 감소한 반면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75만1000명 증가했다. 2월에 늘어난 일자리 대부분이 36시간 미만 일자리라는 뜻이다.

이처럼 고용의 질이 낮은 상황에서 취업을 하고 싶지만 포기한 사람, 현재 일자리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포괄한 ‘사실상의 실업률’은 13.4%로 공식 실업률(4.7%)의 3배 수준에 이른다. 15∼29세 청년층이 느끼는 사실상의 실업률은 24.4%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취업자 증가폭 중 최소 10만 명 정도는 재정 투입으로 늘어난 일자리에 취업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민간 일자리 증가 없이는 지속 가능하다고 보기 힘든 고용 추세”라고 지적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취업자 수#고용 재난 상황#노인 일자리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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