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대신 현대차 손들어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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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2위 의결권 자문사 글래스루이스


현대자동차와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표 대결을 벌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글래스루이스가 현대차의 손을 들어줬다. 기관투자가의 판단 기준이 되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의 첫 권고로 향후 주총에서 현대차의 승산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글래스루이스는 최근 의결권 자문 보고서를 내고 배당과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에 대한 엘리엇 안에 반대하면서 현대차 이사회 안에 찬성표를 던지라고 권고했다. 글래스루이스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시장 점유율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점유율 6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와 더불어 2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로 꼽힌다. 기관투자가는 이들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에 따라 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주요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안은 주총의 표 대결 향방을 가늠하는 지표로 여겨진다.

22일 열릴 현대차 주총의 쟁점은 배당과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등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글래스루이스는 현대차 이사회가 제시한 주당 3000원(보통주 기준) 지급에 ‘찬성’하고 엘리엇이 제안한 주당 2만1967원(보통주 기준)에는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엘리엇 제안대로라면 현대차는 보통주 기준 4조5000억 원을 일시에 내놔야 한다. 이는 지난해 현대차 당기순이익 1조6450억 원의 353%에 달하는 액수다.

글래스루이스는 보고서에서 “대규모 일회성 배당금을 지급해 달라는 (엘리엇) 제안에 대해 주주들의 지지를 권고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현대차는 경쟁력을 향상하기 위해 상당한 연구개발(R&D) 비용과 잠재적 인수합병(M&A) 활동이 요구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글래스루이스는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서도 현대차 손을 들어줬다. 현대차 이사회는 윤치원 UBS그룹 자산관리부문 부회장, 유진 오 전 캐피털그룹 인터내셔널 파트너,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 교수를 사외이사로 올리고 이들 중 윤 부회장과 이 교수를 감사위원 후보로 제시했다. 엘리엇은 존 류 전 완다그룹 최고운영책임자(COO), 로버트 랜들 매큐언 발라드파워시스템 회장, 마거릿 빌슨 CAE 이사를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후보로 제안했다.

글래스루이스는 “사측이 제시한 사외이사들은 주주들의 지지를 받을 만한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며 “투자 분석, 자본 관리, 기업 거버넌스 분야에서 충분한 경험을 보유한 후보들이 최근 현대차가 발표한 중장기 투자 계획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자동차업계에서는 글로벌 2위 의결권 자문사가 현대차 안이 주주가치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한 만큼 앞으로 나올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도 비슷한 의견을 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글래스루이스에 이어 곧 보고서를 낼 ISS도 현대차 손을 들어주면 향후 주총에서 현대차의 승산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편 글래스루이스는 현대자동차의 재무제표 승인 안건에 대해서는 감사보고서 등이 누락돼 있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이번 리포트가 감사보고서를 공시한 7일 이전에 작성됐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글래스루이스는 또 현대차가 제안한 사내이사 후보인 이원희 사장과 알버트 비어만 사장에 대해 이사후보추천위원회 겸직 등을 이유로 이사회 독립성에 문제가 있다며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현대차#엘리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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