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업들 애타는데 또 브레이크 걸린 탄력근로 개선안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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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어제 본위원회를 열고 지난달 19일 합의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안을 최종 의결하려 했으나 무산됐다. 본위원회 근로자위원 4명 중 3명이 불참해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날 본위원회에는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회의가 무산되면서 취소됐다. 경사노위는 11일 다시 본위원회를 열 예정이지만 결과는 불투명하다.

이날 사태는 경사노위의 안이한 태도가 자초한 면이 크다. 경사노위가 과거 노사정위원회와 다른 것은 사회적 약자를 대폭 참여시킨 것인데 운영 과정에서는 이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이번에 불참한 근로자위원들은 청년 여성 비정규직 등 미조직 근로자들을 대표한다. 이들은 탄력근로제를 논의하는 노동시간개선위에 자신들을 대표하는 위원 1명의 참여를 요구했지만 거부당하자 불참해 버린 것이다.

이날 의결안에는 한국형 실업부조 도입과 고용보험 개편 등도 있었다.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자영업자나 청년, 경력단절여성 등 사회적 약자들을 돕는 안인데 함께 무산됐다. 사회적 약자를 대표한다는 청년 여성 비정규직 대표 근로자위원들은 이번 본위원회 무산으로 다른 사회적 약자들이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돌아봐야 한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는 기업과 근로자들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더욱이 주 52시간 근로 위반에 대한 처벌 유예 기간은 이달 말로 끝난다.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경영 차질은 물론이고 당장 범법자가 될 판이다.

경사노위 의결이 끝내 무산된 뒤에 국회가 원점부터 다시 논의해 통과시키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외부 요인도 녹록하지 않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이번 사태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근로자위원들을 압박해 벌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저지를 위해 총파업을 벌이는 민노총이 어떤 몽니를 부릴지,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여야가 어떤 결론을 낼지도 알 수 없다.

따라서 정치권은 의결이 무산되더라도 원점에서 논의하지 말고 기존 합의안을 기준으로 법 개정 절차를 준비해야 한다. 그나마 이 합의안이 노동 전문가들과 노사를 대표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한국노총이 합의한, 노사가 양보 타협할 수 있는,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인 안이기 때문이다.
#경사노위#탄력근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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