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운동장’에 방치된 아이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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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시간 아이들 관리 사각지대… 일부선 수업금지에도 야외 체육
중고교 교실 70% 정화장치 없어


“아니, 어떻게 이런 날 아이들이 학교 운동장에서 운동하게 놔둬요?”

인천에 사는 주부 이모 씨(36)는 6일 오후 동네 중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축구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학교에 바로 민원전화를 걸었다. 아이들이 희뿌연 먼지가 가득한 운동장에서 쉬는 시간에 놀고 있는데도 학교가 방치한 것에 분통이 터졌기 때문이다. 교육청이 ‘실외 수업 금지’ 조치를 내렸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쉬는 시간’이 사각지대였다.

최악의 미세먼지가 한반도의 숨통을 조이는 와중에 학교와 교육당국의 미온적 대응으로 어린아이들이 미세먼지 속에 방치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초중고교생은 성인보다 미세먼지에 특히 취약해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한데도 학교와 사회의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서울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m³당 106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으로 치솟는 등 전국 대부분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을 나타내며 6일째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졌다.

이런 와중에도 일부 학교에선 학생들의 야외활동을 방치하거나 물청소 등 기본 매뉴얼도 지키지 않는 사례가 속출해 학부모들의 원성이 쏟아졌다. 중학생 자녀를 둔 박모 씨(43)는 “야외 수업 금지 조치를 내렸다는데 아들이 밖에서 체육수업을 하고 왔다”며 “지키지도 않을 ‘미세먼지 대응 매뉴얼’이 무슨 소용이냐”고 말했다.

교실 내부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전국 중고교 교실 10곳 중 7곳에는 아직 공기정화장치가 설치되지 않았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박모 씨(33·경기 고양시)는 “5∼6시간씩 생활하는 교실 안 미세먼지 농도가 m³당 100μg이 넘는데도 공기청정기가 한 대도 없어 걱정이 태산이다”라고 말했다.

교육부의 학교 미세먼지 정보 공시도 부실투성이였다. 교원 수, 위생 현황 등 학교의 모든 정보를 공시하는 플랫폼인 ‘학교알리미’에 학교별 실내 미세먼지 수치가 공개돼 있지만 초미세먼지 정보가 아예 없다. 미세먼지(PM10) 자료는 공개돼 있지만 1년에 단 하루, 언제 측정한 것인지도 모르는 수치가 올라와 있다.

김수연 sykim@donga.com·조유라·강은지 기자
#미세먼지#초미세먼지#환경오염#초중고 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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