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영변 해체만으론 제재 못풀어… 北 우라늄 폐기 준비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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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트럼프 핵담판 결렬]‘결렬 이유’ 37분간 기자회견

비핵화 간극 확인한 확대정상회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회담에 이어 확대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오른쪽 안쪽부터 북한 리용호 외무상, 신혜영 통역관, 김
 위원장,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왼쪽 안쪽부터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이연향 미 국무부 통역국장, 트럼프 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하노이=AP 뉴시스
비핵화 간극 확인한 확대정상회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회담에 이어 확대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오른쪽 안쪽부터 북한 리용호 외무상, 신혜영 통역관, 김 위원장,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왼쪽 안쪽부터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이연향 미 국무부 통역국장, 트럼프 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하노이=AP 뉴시스
“때로 (협상장에서) 걸어 나와야 할 때도 있다. 이번이 바로 그런 경우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이 전격 결렬된 이유를 한마디로 이렇게 정리했다. 북-미 간 가장 큰 쟁점이었던 대북제재에 대한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한 상태로는 합의문에 서명할 수 없었다는 것. 그렇게 회담장을 박차고 나온 트럼프 대통령은 상세한 설명과 다소 장황한 해명이 뒤섞인 기자회견을 37분간 이어갔다.

○ 정상회담 깨버린 제재 간극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가 문제가 됐다”며 “북한은 제재를 완전히(entirely) 다 해제하기를 원했지만 우리는 그렇게 해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영변의 핵시설이 대규모임은 분명하지만 이것을 해체하는 것만으로 모든 제재를 없앨 수는 없었다”며 “북한은 우리가 원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폐기)하지 않고 덜 중요한 영역에 한해서만 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러분이) 믿든 말든 우리는 북한의 모든 부분(every inch of that country)을 파악하고 있고, 우리가 얻어야 하는 것을 받아내야 한다”며 “추가적인 비핵화가 필요하다”고 못 박았다.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협상장에서) 걸어 나와야 했다(walk away)”는 표현을 여러 차례 반복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고농축우라늄 시설의 해체가 필요했지만 북한은 우라늄까지 (협상장에서 제시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며 “우리는 (비핵화의) 1단계에 해당하는 영변 핵시설 해체만으로 오랫동안 쌓아온 레버리지를 포기할 수 없다고 봤다”고 말했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의 폐기만 협상카드로 내놨을 뿐 정작 문제가 되는 원심분리기 등 다른 지역에 은닉된 것으로 파악돼온 우라늄 농축 시설 폐기는 거부했음을 확인한 것. 미국은 그동안 대북제재 해제의 조건으로 영변 이외의 ‘플러스알파’를 요구해 왔다.

협상 의제의 핵심 중 하나였던 사찰과 관련해서도 그는 “준비는 돼 있고 쉽게 할 수 있지만 정해진 일정표는 없다”고 했다.

영변 핵시설 이외의 핵 신고서 제출 및 미사일 프로그램 등 다른 의제들에 있어서도 여전히 간극이 크다는 사실도 기자회견을 통해 확인됐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비핵화 로드맵의) 타이밍과 시퀀싱(비핵화 조치와 상응 조치를 맞추는 것) 문제가 있었다”며 “미사일과 탄두, 무기 시스템 등에 대해서도 합의하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 트럼프 “김정은, 핵실험 더 이상 안 하겠다 약속”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상 실패로 끝난 이번 회담에 쏟아질 비판을 의식한 듯 회담 결렬의 불가피성에 대한 해명도 쏟아냈다. 그는 “합의문이 마련돼 있었고, 오늘 무언가에 100% 서명할 수도 있었지만 그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그저 빨리 하는 것보다는 옳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것은 대통령의 결정이었느냐’는 질문에는 “전적으로 나의 결정이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대답을 피해 갔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자신이 전임자들에 비해 이미 많은 것을 이뤄냈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로켓 발사나 핵실험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언론의 비판과 달리 미국은 북한에 어떤 것도 양보하지 않았다”며 제재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북한이 가진 경제적 잠재력을 언급하면서 “나도 그 나라가 성장하는 것을 보고 싶어서 정말로 대북제재를 풀어주고 싶다”면서도 “그 딜은 포기해야 했다”고 말했다.

정상회담이 다시 열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정해진 것이 없다(no commitment)”라며 “빨리 열릴 수도 있고 오랫동안 안 열릴 수도 있다”고 답변했다.

김 위원장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생산적인 시간을 보냈고 앞으로도 좋은 친구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하노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김정은#트럼프#영변해체#우라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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