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덕 이름 새겨넣은 닥터헬기 타고 뵐게요” 이국종의 마지막 인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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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윤한덕 센터장 훈장추서 추진

“선생님은 바로 그 ‘아틀라스’입니다.”

‘응급 환자가 제대로 치료받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평생을 바친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51·사진)의 영결식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거행됐다. 영결식에는 동료 의사, 유족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교수(권역외상센터장)는 추도사에서 윤 센터장을 그리스 신화에서 지구를 떠받치고 있는 거인 ‘아틀라스(Atlas)’에 비유했다. 이 교수는 “본인에겐 형벌과도 같지만 그 덕에 우리가 살아갈 수 있었다. 세상 사람들은 그 존재를 알지 못하지만 아틀라스는 무심하게 버텼다”며 “선생님이 위태롭게 홀로 짊어졌던 짐을 저희가 함께 받치겠다”고 말했다. 열악한 응급의료 체계를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한 윤 센터장에 대한 미안함의 표시이자 미래를 위한 다짐이었다.

이 교수는 이르면 5월 도입 예정인 아주대병원 닥터헬기를 타고 윤 센터장과 하늘에서 만나자고 했다. 그는 “선생님의 비행복을 항시 준비하고, 다른 기체와 혼동하시지 않도록 기체 표면에 선생님 존함과 아틀라스를 박아 넣겠다. 창공에서 뵙도록 하겠다”며 추도사를 마무리했다. 영결식에 참석한 윤순영 재난응급의료 상황실장은 “병원에서 실수하면 몇 명이 죽지만 우리가 실수하면 수백, 수천 명이 죽을 수 있다고 말씀하시던 센터장님이 그립다”며 울먹였다.

유족과 동료 선후배들은 헌화 후 고인의 영정 사진을 뒤따라 영결식장에서 100m가량 떨어진 그의 집무실을 한 바퀴 돌아보며 묵념하고 추모했다. 고인은 평소 일주일 중 6일가량을 이곳에서 숙식하며 업무에 매진했다. 고인이 안타깝게 생을 마친 장소도 이곳이다. 보건복지부는 국립중앙의료원이 신청한 국가유공자 지정과 별도로 고인에 대한 훈장 추서를 추진하기로 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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