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감축’ 이슈화 막았지만… 美와 매년 방위비 갈등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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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담금 ‘1조원+α에 기한 1년’ 합의


지난해 12월 28일 청와대를 찾은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주재로 회의를 열어 결정한 ‘마지막 금액’이라며 최후통첩한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금 총액은 ‘10억 달러(약 1조1190억 원) 이상’이었다. 5년이었던 협정 유효기간도 1년으로 단축하자고 요구했다. 그러자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은 당시 “1조 원을 넘겨선 안 된다”고 난색을 표하면서 유효기간은 3년으로 역제안했다. 지난해 한국 정부의 주한미군 분담금은 9602억 원이었다.

분담금을 놓고 최후통첩과 마지노선을 서로 주고받은 한미가 결국 미국 측 요구를 상당 부분 반영하는 수준에서 접점을 찾은 것으로 6일 알려졌다. 한미가 이르면 이번 주 내 한미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실무협의를 열어 최종 타결할 협상안은 ‘총액 1조 수백억 원, 유효기간은 1년’으로 전해졌다. 다만 협정 타결이 늦은 만큼 유효기간의 일부 연장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부 일각에서는 “유효기간은 우리가, 총액은 미국이 양보한 것”이란 평가도 나왔지만 결국 정부가 둘 다 양보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말까지 분담금으로 1조 원 이상은 못 주겠다고 했지만 결국 ‘심리적 마지노선’인 1조 원을 넘겼기 때문이다.

물론 27일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정부의 선택지가 좁았을 것이란 현실론도 적지 않다. 동맹국들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강조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전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 감축 등 한미동맹 이슈를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최근 미국이 해리스 대사 등 복수의 외교 채널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 전 한미 갈등 해소”를 압박한 점도 이런 우려를 확산시켰다. 과거 분담금 협상에 관여했던 장광일 전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은 “방위비 문제로 시간을 끄는 것 자체가 한미동맹에 나쁜 신호”라며 “북-미 정상회담 전 조기에 수습한 건 높이 평가할 일”이라고 했다.

급한 불은 껐지만 협정 유효기간이 1년으로 최종 확정될 경우 한미동맹 이슈가 해마다 이어질 수 있는 것은 부담이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유효기간 1년은 정부가 한미동맹의 상시적 갈등 구조에 합의해 주는 격”이라고 우려했다. 북한이 매년 협상 때마다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를 주장하며 한미동맹 이완을 노릴 수도 있다. 이와 함께 협정 유효기간 1년이 확정될 경우 올해 시작될 내년도 분담금 협상에서 미국이 ‘전략자산 전개 비용’ 청구서를 다시 내밀며 총액 인상을 압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진행된 제10차 분담금 협정 협상에서 B-1B 전략폭격기 등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비용을 한국 정부가 부담하라고 요구했지만 정부가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이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총액 10억 달러에서 일부를 양보한 대신 유효기간 1년을 관철시킨 것도 바로 이어질 내년도 협상에서 전략자산 문제를 집중 제기해 총액을 더 얻어내겠다는 전략적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한미가 유효기간 1년으로 의견 차를 좁힌 건 맞지만 기간을 더 늘리는 것을 미 측에 재차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손효주 hjson@donga.com·한기재 기자
#주한미군#방위비 분담금#북미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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