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동북아 안보는 美에도 핵심적 이익… 인건비 뺀 주둔비 절반씩 분담 적절”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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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웰 벨 前주한미군사령관, 한미 방위비 갈등 우려 표명

2008년 한국서 입양한 손녀와 함께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왼쪽)이 재직 당시인 2008년 2월 
아들 부부가 한국에서 ‘진희 벨’을 입양한 뒤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 벨 전 사령관은 “손녀인 진희가 이제 한국 나이로 12세가
 됐다. 가까운 미래에 모국을 찾기를 희망하고 있다”며 손녀의 최근 사진을 동아일보에 보내주기도 했다. 버웰 벨 전 사령관 제공
2008년 한국서 입양한 손녀와 함께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왼쪽)이 재직 당시인 2008년 2월 아들 부부가 한국에서 ‘진희 벨’을 입양한 뒤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 벨 전 사령관은 “손녀인 진희가 이제 한국 나이로 12세가 됐다. 가까운 미래에 모국을 찾기를 희망하고 있다”며 손녀의 최근 사진을 동아일보에 보내주기도 했다. 버웰 벨 전 사령관 제공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역대 주한미군사령관 중에서도 한미동맹 위기설에 익숙한 인물이다.

노무현 정부 말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 합의되는 등 한미동맹의 격변기(2006∼2008년)에 사령관을 지냈다. 한미동맹의 부침을 겪고 극복해 본 그는 2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둘러싼 양국 갈등에도 한미동맹은 견고히 유지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벨 전 사령관은 우선 주한미군은 한미 안보 및 군사전략적 이익에 부합하는 만큼 분담금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해서 그 지위가 흔들릴 가능성은 낮다고 단언했다. 그는 “한미 모두 강력한 동맹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한반도는 물론이고 동북아시아 전체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다”며 “분담금 협상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한미 안보 동맹은 확고하게 유지되어야 한다”고 했다. 벨 전 사령관은 지난해 북-미 간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일각에서 주한미군 감축론이 나올 때도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지난해 5월 미국의 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북-미 간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의 지위에 의문점이 생길 수 있다’는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의 주장에 “한국이 미군에게 떠나라고 하면 미국은 떠날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비핵화가 완료되지 않은 현 시점에) 미국이나 한국 누구도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인 중심의 기독교 성향이 강한 남부 테네시주가 고향인 벨 전 사령관은 역대 주한미사령관 중에서도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2016년 미 대선 과정에서 군 선후배들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다. 하지만 벨 전 사령관은 분담금 이슈만큼은 트럼프 행정부의 철학과 접근 방식에 전적으로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동북아 평화와 안보는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에 핵심적인 국가적 이익(vital national interest)”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동맹이 동북아시아의 안정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점은 모든 정치 경제 외교적 마찰을 초월한다(transcend)”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한국 등 우방에 군사비를 더 내라고 지나치게 압박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얘기다.

분담금 협상에 대해서는 “주한미군의 비인적주둔비용(NPSC·Non Personnel Stationing Cost)을 한미 양국이 공평하게 부담하는 ‘50 대 50 공식’이 적용돼야 한다”며 “점진적으로(over time) 이 비율로 수렴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소한 내가 사령관이던 시절엔 미국 행정부도 나와 같이 (‘50 대 50 공식’을 지지하는) 입장이었다”고 덧붙였다. 한국이 분담비율을 더 높일 필요성이 생기더라도 이를 단숨에 올리도록 하는 ‘트럼프식’ 협상엔 찬성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 것. 이와 관련해 미국에선 2008년 벨 전 사령관 이임 후 한국이 이미 NPSC의 50% 이상을 분담하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2016년 4월 미 상원 군사위원회 인준청문회에서 “한국이 주한미군 NPSC의 50%를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는 2017년 3월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오찬간담회에서 “한국이 인력 운용비를 제외한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55%를 부담하고 있다”고 적시한 바 있다.

벨 전 사령관은 동북아지역 내 과거사 갈등으로 인한 긴장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동북아 평화를 위해선 이 지역의 한국 북한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이웃국가들이 역사로 인한 마찰이나 적대감을 줄여야 한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지한파 군 원로인 그는 2008년 한국 여자아이를 손녀로 입양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벨 전 사령관은 ‘한국과 인연이 담긴 사진을 보내달라’는 요청에 자신의 아들 부부가 입양한 ‘진희 벨’의 입양 당시 사진 등을 동아일보에 전하기도 했다. 벨 전 사령관은 “한국 나이로는 12세가 됐다. 가까운 미래에 진희가 모국을 찾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해 각별한 애정을 과시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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