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끼 꼬박 함께 한 최선희-비건… 평화협정 의제 논의한듯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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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협상]남북미 2박3일 스톡홀름 실무회담

표정 밝은 비건 대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오른쪽)가 21일(현지 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외교부 청사에서 마르고트 발스트룀 스웨덴 외교장관과 만난 후 호텔로 돌아가기 위해 차량에 탑승해 있다. 스톡홀름=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표정 밝은 비건 대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오른쪽)가 21일(현지 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외교부 청사에서 마르고트 발스트룀 스웨덴 외교장관과 만난 후 호텔로 돌아가기 위해 차량에 탑승해 있다. 스톡홀름=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여기 스웨덴은 참 아름다워요. 아름다운 저녁 보내기를 바랍니다.”

21일(현지 시간) 오후 스웨덴 외교부 청사에서 마르고트 발스트룀 스웨덴 외교장관과 만나고 나오는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에게 ‘북한과의 실무 협상은 어땠냐’고 묻자 밝은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회담에 참석한 뒤 스톡홀름으로 왔다. 19일 발스트룀 장관이 주최하는 만찬부터 2박 3일간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다섯 끼를 같이 먹는 등 숙식을 함께하며 실무 협상을 마쳤다.

스웨덴 외교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신뢰 구축, 경제 발전, 그리고 장기적 개입을 포함해 한반도 발전에 관한 이슈들을 다루는 건설적인 대화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특히 한 외교 소식통은 “지역안보를 위한 다양한 메커니즘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으며 이 이슈에 긴 시간이 할애됐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중요한 의제로 평화협정 체결 문제를 다루게 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지난해 12월 초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렸던 ‘동북아 발전’ 관련 1.5트랙(반관반민) 회의에선 최진 북한 외무성 산하 평화군축연구소 부소장이 “미국은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가 있어야 (종전선언) 해주겠다고 하는데 종전선언 그까짓 거 받으려고 비핵화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고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한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스톡홀름에선 북한이 상징성이 강한 종전선언 대신 주한미군 지위 문제까지 다룰 수 있는 평화협정 체결 문제로 무게중심을 옮겼음이 드러난 셈이다.

이번 회담은 40시간 동안 스톡홀름 외곽 숲속 휴양시설인 하크홀름순드 콘퍼런스장에서 한 번도 밖에 나오지 않고 회의하는 독특한 형태로 진행됐다. 외교 소식통은 “한국과 북한, 미국 대표단이 삼시 세끼를 같이했다”며 “매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협상이 진행됐다”고 전했다. 지난해 8월 업무를 맡은 비건 대표는 협상파트너인 최 부상을 처음 만났으나 저녁에 술도 곁들이며 늦게까지 대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회담을 주최하면서 보안을 중시한 스웨덴 외교부는 협상단에도 막판까지 목적지를 알려주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협상단이 협상장을 찾아 꼬불꼬불한 산길을 들어갈 때 상당히 당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걸어서 숙소와 회담장을 오가며 밀도 있는 논의를 진행할 수 있는 환경에 협상 대표들은 상당히 만족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과 북한, 미국 대표단은 양자 혹은 3자 회담을 자유롭게 가졌고, 발스트룀 장관 주최로 국제 분쟁 및 한반도 민간 전문가들과 1.5트랙 국제회의도 했다. 그 속에서 2차 정상회담과 관련된 이슈에 대해 폭넓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건 대표와 최 부상은 22일 본국으로 향했다. 김영철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최선희 부상과 비건 대표의 투트랙 접근으로 2차 북-미 정상회담에 한걸음 더 다가간 양국은 남은 한 달간 날짜와 장소, 의제를 두고 막판 기 싸움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스톡홀름=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 이지훈 기자
#평화협정 의제 논의#스톡홀름 실무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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