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美서 고개 드는 ICBM 우선론… 비핵화 목표 물러서면 안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1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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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1일 북-미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우리는 미국민에 대한 위험을 어떻게 하면 계속 줄여나갈 수 있을지에 관한 대화에서 진전을 이루고 있다. 결국엔 목표는 미국민의 안전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북한 위협을 줄이면서 완전하고 최종적인 비핵화에 도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북-미 협상의 초점이 완전한 비핵화에서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 제거, 즉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로 옮겨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는다. 미국민 안전 확보라는 가시적 성과를 위해 북핵 신고를 뒤로 돌리고 ICBM 폐기에 우선 합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핵 신고 이전에 ICBM 폐기가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물론 미국민의 안전을 목표로 내세운 것이 북핵의 완전 폐기라는 목표를 저버릴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북한이 이런 선(先) ICBM 폐기 요구에 호응할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북핵 폐기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미국이 장거리미사일 위협만 제거하는 선에서 멈춰서거나 발을 빼버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도 어떻게든 북한의 대화 복귀를 위해 발 벗고 나선 모습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현금이 유입되지 않는 방식으로 개성공단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있는지 연구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벌크캐시(대량 현금)’ 대북 유입 금지라는 유엔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쌀 같은 현물로 대가를 지급하는 방안을 찾아 제재 면제 조치를 얻어내겠다는 것이지만, 성급한 보상책 제시가 아니냐는 비판을 낳을 수밖에 없다.

새해 들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임박했다는 신호가 무성하다. 멈춰선 대화의 재개는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북한 비핵화라는 본질이 흐려져선 안 된다. 북한은 비핵화 이행에 대해 일언반구 없는데, 한국·미국에서 보상책이나 수위조절론이 나온다면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만 보내는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북-미 비핵화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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