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직원 1600명 늘때 자체 정비인력은 80명 확충 그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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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탈선 후폭풍]나사 풀린 코레일 ‘예고된 人災’

“기강 해이라고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10일 국토교통부 고위 관계자는 코레일 강릉선 사고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코레일이 세 차례 정기점검에도 선로전환기 고장 신호 케이블이 잘못 접속됐다는 점을 놓쳐 선로 이탈 사고로 이어진 걸 두고 하는 말이었다.

이 관계자는 “선로전환기 고장 신호 케이블에는 각각 종이로 만든 이름표가 붙어 있다”고 설명했다. ‘21A’ ‘21B’라는 각각의 선로전환기 이름이 케이블에 붙어 있기 때문에 분기(3개월)별 진행하는 정기점검만 꼼꼼히 했다면 잘못 꽂혔다는 사실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고 직후 파견된 국토부 항공철도조사위원회 조사관들은 육안 검사로 즉각 케이블 오류를 찾아냈다.

처음부터 케이블을 잘못 꽂았다면 1차적으로 철도 시공을 맡은 철도시설공단의 잘못이지만 사후 관리를 하는 코레일이 사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육안으로 쉽게 찾아낼 수 있는 오류를 지나친 이유는 뭘까. 코레일 내부에선 “인력이 너무 부족하다”고 하소연한다. 익명을 요구한 시설점검 담당자는 “과거엔 10km를 10명이 나눠서 점검했다면 요즘은 이걸 2, 3명이 하는 수준이다.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당연히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로 2015년 말 2만7981명 수준이던 코레일 직원이 올해 9월 현재 2만9602명으로 약 1600명 늘었지만 안전관리 직원은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코레일에 따르면 올해 초 기준 코레일이 관리 중인 선로는 9693km로 2014년(8456km)보다 14.6% 늘었다. 같은 기간 선로정비 인력은 1.9%(4124명→4204명으로 80명), 차량정비 인력은 6.7%(5174명→5519명으로 345명) 늘어났다. 그나마 많이 늘어난 차량정비 인력 증가분은 모두 외주 인력이다. 2014년부터 올해까지 코레일 직원이 2만7981명에서 2만9602명으로 1000명 넘게 늘었지만 외주를 뺀 코레일 자체 철도 시설 및 차량정비 직원은 80명밖에 늘지 않은 셈이다.

이는 ‘국민 생명이나 안전에 관련된 직종은 직고용으로 정규직화한다’는 현 정부의 공공기관 정규직화 가이드라인과 배치된다. 외주를 주면 책임의식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 이 같은 규정이 들어갔다.

철도청 분리가 불완전하게 이뤄진 게 이유라는 시각도 있다. 2004년 건설교통부는 건설 및 유지·보수는 철도시설공단이, 운영은 코레일이 맡게 했다. 그런데 철도청 노조가 분리를 반대해 유지·보수 인력은 지금도 코레일에 있다.

철로를 놓는 사람과 고치는 사람이 다르다 보니 유지·보수 과정에서 실수가 나올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코레일 측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철도시설공단이 인수인계한 당시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했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수은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유지·보수 주체인 코레일이 이름표까지 달려 있는 케이블 접속 오류를 몰랐다는 건 국민의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며 “철도청 분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지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이번 사고의 근본 원인인 선로전환기가 고장 난 원인과 이를 알리는 접속 케이블이 잘못 꽂혀 있었던 이유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항공철도조사위원회 조사는 향후 재발 방지를 목적으로 이뤄지는 조사다. 책임 소재 규명은 경찰이 맡을 것”이라고 했다. 내사에 착수한 철도특별사법경찰대는 코레일과 국토부 등 관계자들에 대한 대면조사도 시작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선로전환기와 철로가 심하게 망가져 이를 복원한 뒤 역학조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원인 규명까지 수개월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코레일#ktx#탈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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