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로 안 바꾸고 아이폰 계속 쓸것”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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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추시보 편집인 이례적 공개발언… 美 겨냥해 무역개방 부각 의도인듯

“나는 (중국 화웨이로 바꾸지 않고 미국) 아이폰을 계속 쓸 것이다.”

8일 중국 베이징(北京) 런민(人民)일보사에서 ‘미중 게임과 세계 정세 변화’를 주제로 열린 환추(環球)시보 연례 토론회. 이날 오전 개막 축사를 위해 연단에 오른 후시진(胡錫進) 환추시보 총편집인은 자신의 아이폰을 들어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환추시보는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의 자매지이고 그동안 강한 민족주의 성향을 보여 왔다는 점에서 그의 발언은 매우 이례적이다. 중국 화웨이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미국의 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1일 캐나다 경찰에 체포된 사실이 알려진 후 중국에서 ‘아이폰 등 미국 제품 불매 운동’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후 총편집인은 올해 4월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ZTE를 제재한 사건을 먼저 언급하며 “당시 나는 매우 흥분해서 미국을 욕하면서 ‘오늘 밤(제재 당일)부터 나와 환추시보인(人) 모두 ZTE인’이라는 글을 (중국의 트위터 격인 웨이보에) 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나는 아이폰을 포기하고 ZTE나 화웨이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아이폰이 익숙해 계속 썼다”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이어 “멍 부회장 체포 사건 이후 나는 아이폰으로 화웨이를 지지하는 글을 (웨이보에) 올렸다. 인터넷에서 많은 사람이 ‘화웨이로 바꾸라’고 나를 욕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나는 계속 아이폰을 쓸 것”이라며 “이것이 하나의 도량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중국이 대규모 무역 흑자를 기록하는 오늘날 외국 브랜드를 차별하면 안 되고 외국 상품이 더 공평한 경쟁 환경을 얻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가장 걱정하는 건 미중 무역전쟁이 중국에 어떤 손실을 가져올 것인지가 아니라 중국이 개혁개방을 계속 견지할 수 있느냐다.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가 (미국과) 싸울수록 개방해야지 싸울수록 보수적이 되면 안 된다. 세계가 중국이 이렇게 (보수적으로) 하도록 놔두겠냐”라고 되물었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이날 주중국 캐나다 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멍 부회장을 즉각 석방하지 않으면 심각한 후과를 낳을 것이고 캐나다가 전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환추시보 편집인 이례적 공개발언#무역개방 부각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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