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관계 미래지향적 발전 희망”… 이낙연 총리 직접 나서 메시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31일 03시 00분


코멘트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日 반발에도 정부 ‘저강도 대응’
판결 관련 정부입장 구체언급 안해… 민관협의체 구성해 해법 찾기로
일각 “북핵때문에 대립 오래 못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30일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며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정부는 판결 후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고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정부는 한일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지일파 중 한 명인 이 총리가 직접 메시지를 낸 만큼 이번 사법적 판결이 한일 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가급적 줄여 가자는 시그널을 도쿄에 발신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 정부 “총리가 나서 대응방안 마련할 것”

이번 판결로 당분간 경색 국면이 불가피한 문재인 정부가 택한 건 ‘로키(low key·저강도 대응)’다. 정부는 이날 “총리가 관계 부처 및 민간 전문가 등과 함께 제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피해 보상이 끝났다고 했던 정부 입장이 뒤집힌 건지, 한국 내 일본 기업에 대해 강제집행이 이뤄질 경우 일본 측 반발에 어떻게 대응할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정부의 이 같은 스탠스는 외교적 문제를 더 키워봤자 득보다 실(失)이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여성 인권에 대한 반인도적 행위라는 점에서 국제사회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지만 식민 지배를 불법으로 규정해 배상 책임을 묻는 건 국제사회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했다. 오히려 50년 넘게 지켜온 양국 협정을 한국이 스스로 뒤집었다는 점에서 ‘신뢰할 수 없는 외교 상대’임을 주지시킬 우려도 있다.

정부는 민관공동위원회 협의체를 만들어 후속 대응에 나설 예정인 만큼 이 과정에서 일본과 절충점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민관협의체에 대해 “2005년 한일협정 문서 공개 당시 후속대책 논의를 위해 구성했던 민관공동위원회 형식의 기구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한일 관계, 비등점 찍은 후 냉각기 가질 수도

어찌 됐든 이번 판결로 최근 수년간 악화 일로로 치달았던 한일 관계는 그 정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2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위안부 협상 파기, 위안부 소녀상 문제 등을 따졌고, 지난달 뉴욕 유엔총회를 계기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선 문 대통령이 ‘화해와 치유재단’ 해산을 통보하면서 냉랭한 분위기를 이어갔다가 이번에 최고점에 달한 것.

그럼에도 한일 관계가 이번 판결로 비등점을 기록한 만큼, 냉각 기간을 거치면서 차분하게 재정립될 수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특히 북핵 비핵화 프로세스의 진전 여부에 따라 한일 관계 개선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일본이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북-일을 중재할 수 있는 한국과 계속 대립각만 형성할 수는 없다는 것. 여기에 비핵화 비용 문제가 수면 위로 오르면 일본의 참여가 불가피한 만큼, 한미일 3각 축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2014년 일본군 위안부 갈등 때처럼 중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수준으로 오래갈 이슈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전망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이정은·문병기 기자
#일본 반발#정부 저강도 대응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