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m 불기둥 한밤까지 ‘활활’… 21km밖 잠실서도 검은 연기 보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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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유류저장탱크 큰불]오전 10시56분 “쾅”… 12시 또 “쾅”
12시간 넘도록 완전히 진화 안돼… 화재당시 휘발유 440만L 보관
소방당국 최고단계 대응 발령… 나머지 19개 탱크로 옮아붙진 않아

7일 오전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에서 ‘펑’ 하는 폭발음과 함께 화재가 발생해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이날 고양저유소 내 지하 1개, 옥외 19개 유류 저장탱크 중 지름 28.4m, 높이 8.5m의 탱크에서 불이 났다. 화재 당시 
이곳에는 총 440만 L의 휘발유가 보관돼 있었다. 고양=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7일 오전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에서 ‘펑’ 하는 폭발음과 함께 화재가 발생해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이날 고양저유소 내 지하 1개, 옥외 19개 유류 저장탱크 중 지름 28.4m, 높이 8.5m의 탱크에서 불이 났다. 화재 당시 이곳에는 총 440만 L의 휘발유가 보관돼 있었다. 고양=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쾅.’

7일 오전 10시 56분경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고양저유소). 휴일 당직 근무 중이던 직원들은 천둥 같은 큰 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상황실에는 저장탱크의 온도가 급격하게 올라간 것을 알려주는 경보가 작동했다. 상황실에서 근무하던 당직자가 열화상 폐쇄회로(CC)TV를 살펴보니 휘발유 저장탱크 중 한 곳에서 불길이 감지됐다. 주변 주민들은 “지진이 난 것 아니냐”며 밖으로 뛰쳐나왔다.

당직자는 급히 소화약제(폼액) 분사 버튼을 눌렀다. 폼액 약 6000L가 방사됐지만 불길을 잡을 수 없었다. 불길은 점점 커져 갔고,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었다. 화재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드는가 싶더니 낮 12시경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 한번 폭발이 일어났다.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온종일 화재가 이어졌다.

○ 폼액 분사로 화재 진압 실패… 남은 휘발유 다 태워

소방당국은 화재 비상 대응 단계 중 최고 단계인 ‘대응 3단계’를 발령하고 인력 364명과 장비 161대를 동원했지만 오후 11시 현재 완전히 진화하지 못했다. 소방당국이 화재 진압에 애를 먹은 가장 큰 이유는 유류 화재이기 때문에 물로 끌 수 없기 때문이다. 물을 뿌리면 자칫 추가 폭발이 일어나 더 큰 피해로 확산될 우려가 있었다.

소방당국은 폼액으로 진화를 시도했지만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이미 불길이 커진 상황이었고, 창고 내부에 수백만 L의 휘발유가 남아 있어 큰 효과가 없었다. 소방 관계자는 “폼액은 기름이 어느 정도 빠지고 나서 투입해야 진화 효과가 있는데, 기름이 많이 있는 상태여서 효과가 작았다”고 말했다.

불길이 너무 강하고 열기가 뜨거워 소방대원들도 사고 발생 지점 30∼40m 이내로는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소방당국은 가연성 물질인 휘발유를 제거하기 위해 배관을 이용해 시간당 60만 L의 휘발유를 다른 창고로 옮겼다. 오후 6시경부터 고성능 화학차를 동원한 폼액 살포 작전을 펼쳤지만 불길이 완전히 잡히지 않아 폼액 분사를 통한 일제 진화를 포기하고 남은 휘발유를 모두 태우는 연소 진화로 방향을 정했다. 이에 따라 오후 8시 30분경으로 예정됐던 일제 진화 작업은 취소하고, 남은 연료를 태우는 데 집중했다.

○ 경찰 “외부적 화재 요인 없어”

화재가 발생한 고양저유소는 정유공장에서 생산한 석유제품을 저장했다가 고양, 파주, 의정부 등 경기 북부 지역의 주유소 등에 공급하는 곳이다. 화재 원인은 유증기 폭발로 추정된다. 저장시설 내부 공간에 생긴 유증기가 점화원에 의해 폭발적으로 연소하면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경찰과 소방당국의 판단이다.

이 저유소에는 지하 1개, 옥외 19개 등 총 20개의 유류 저장탱크에 7738만 L의 석유류가 보관돼 있다. 화재가 발생한 탱크는 지름 28.4m, 높이 8.5m 크기의 옥외 저장탱크 1개였고 탱크의 두께는 60cm다. 5분의 4가량이 지면 아래에 있고, 2m 정도가 지상으로 솟아 있는 구조다. 총 저장량은 490만 L이고 사고 당시에는 440만 L의 휘발유가 있었다. 주유소 100곳가량을 채울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이날 저유소에는 6명의 당직 근무자가 있었지만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고 40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저장탱크들은 50m씩 떨어져 있어 나머지 19개 저장탱크로는 불이 옮겨 붙지 않았다.

사고 원인 조사에 나선 경찰은 내부 CCTV를 확보했다. CCTV 분석 결과 탱크에서 폭발이 일어난 뒤 덮개가 날아가고 불길이 치솟는 장면은 확인됐지만 별다른 외부적 화재 요인은 없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저유소 전체의 CCTV를 확보해 분석 중”이라며 “진화가 완료된 뒤 본격적인 원인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고양=윤다빈 empty@donga.com / 세종=김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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